2019030301010000459.jpg
▲ 이강호 인천시 남동구청장
"주민들 생각은 어떤가요?" 매일 업무보고를 위해 구청장실을 찾은 공무원들에게 요즘 자주 물어보는 말이다. 지난해 7월 구청장이란 중책을 맡은 후 8개월의 시간이 화살같이 지나갔다. 바쁘게 보낸 만큼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고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여러 정책들도 내놓았다. 어떤 정책을 만들고 시행해야 남동구가 발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늘 머릿속을 떠나질 않고 있다. 하지만 혼자만의 사고 테두리에 갇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당초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곤 해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렇다고 관련 부서 공무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흔히 말하는 ‘탁상행정(卓上行政)’의 표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바라는 것과 공무원들의 생각 사이에 괴리감이 생기곤 해서다. 공무원들에게 주민들의 생각은 어떤지 물어보는 이유도 정책과 여론 간의 생각의 차이를 없애기 위해서다.

 민심(民心)이 곧 천심(天心)이란 거창한 말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민들 의견이 녹아 스며든 정책이 최선이자 최고의 정책이란 데는 아직까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때문에 지난해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추진했던 정책이 ‘소통협력담당관실’설치였다. 지역주민들의 불편사항을 한마디라도 더 들어보고 난 후, 현장의 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부서에선 민원인을 직접 응대 후 해결책까지 원스톱(one-stop)으로 처리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주민들과 소통의 폭을 넓히기 위한 간담회와 토론회도 수시로 마련하고 있다. 부서가 신설된 이후 지금까지 구 홈페이지와 직접 상담한 민원을 합치면 500여 건이 넘는다. 그동안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어 왔던 주민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라, 지금도 소통 전담부서를 만들기 잘했단 생각이다.

 지난 1월부터 일선 동 행정복지센터 20곳을 돌며 ‘구청장 1일 동장제’를 해오고 있는데 이 또한 같은 취지로 시작됐다. 최근 남동구에선 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지역주민의 의견부터 제대로 알아보자는 의미 있는 시도가 있었다. 지난달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소래나들목(IC) 건설 문제를 놓고 인근지역 주민들에 대한 직접투표 방식의 찬반투표를 벌였다. 지난 20년간 결정하지 못한 해묵은 남동구 지역 현안사항을 여론 수렴을 통해 함께 풀어보자는 취지였다. 당초 소래나들목 건설 문제는 논현2택지개발 사업의 교통영향평가에서 2000년 11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부담으로 설치토록 결정됐다. 하지만 당시 이에 대해 인근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찬반으로 팽팽히 갈리면서 현재까지 사업 추진이 중단돼 왔다. 소래나들목이 건설될 경우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이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 교통 접근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지만, 교통량 증가와 날림먼지 등을 우려해 반대 여론 또한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설문 투표가 있기 며칠 전부터 지역주민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어깨띠를 두르고 거리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어깨띠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두르고 난 후 처음이라 다소 어색하긴 했지만, 주민들의 의중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뜻깊은 기회라 기쁜 마음으로 임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논현1·2동, 논현고잔동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만 19세 이상 주민들을 대상으로 해 총 1만481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이 중 찬성 의견이 71.3%인 7천474표로 소래나들목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뜨거운 열망을 보여줬다. 지난 20년간 ‘뜨거운 감자’로만 여겨졌던 지역 현안을 직접투표를 통해 분명하게 확인했다는 데 이번 투표에 의미가 있었다. 이번에 치러진 투표는 자치구 단위로는 전국 최초로 시행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모범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소래포구 현대화사업과 맞물려 소래나들목 건설까지 완료되면 소래포구는 명실상부한 수도권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변모할 것으로 믿는다. LH에서 추진하는 최첨단 산업단지, 남동구가 추진하는 남동 에코 스마트밸리, 기존에 있는 국가일반산업단지 등 이 세부분이 앞으로 함께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선 지금이 소래나들목 설치의 적기라고 본다. 무엇보다 주민 70% 이상이 설치를 찬성하고 있어 조속한 추진만이 주민여론에 부합하는 길일 것이다. 주민 직접투표를 통해 지역여론을 확인한 것으로 남동구의 공식적인 역할은 끝이 났다.

 앞으로 이 문제는 인천시와 LH가 책임지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사안이다. 이들 두 기관은 지역주민의 의견을 엄중히 받아들여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놔야 할 것이다. 시대는 급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혜롭고 현명한 주민들이 수없이 많다. 공무원들끼리만 모여 정책 결정을 하기보단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란다. 중앙정부이건 지방정부이건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하늘 아래 없다. 인천시와 LH도 예외는 아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