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국민의 귀와 눈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쏠려 있을 때 국내에서도 중요한 행사가 열렸다. 아랍에미리트 통합군 부총사령관인 모하메드 왕세제(王世弟)가 방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이 그것이다. 그동안 많은 관심과 근심을 안겨준 바라카원전 장기 정비계약 수주 결과를 불과 한 달여 정도 남겨놓은 시점인지라 의미가 더욱 컸다. 이날 문 대통령은 모하메드 왕세제에게 "앞으로 100년을 바라보고 같이 가자"며 "원전기술 이전부터 제3국으로 공동 진출하는데 이르기까지 협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환영하며, 이번 회담을 계기로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조도 보다 획기적이고 상식적인 방향으로 전환되길 기대한다.

 현 정부의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17-2031)은 ‘탈원전·탈석탄을 통한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가 핵심이다. 그런데 이 정책은 이미 궤도를 많이 이탈했다. 재생에너지 도입의 부작용과 낮은 대체효과로 ‘에너지 수급 균형’이 무너지며, 오히려 환경오염이 심한 석탄 발전이 늘어났고, 한국전력공사는 적자 상태로 전환됐다. 백년대계인 에너지 전략이 원자폭탄 같은 비과학적인 상상 속 두려움과 오버랩되며, 에너지 전환에 따른 사회적 비용 검토는 물론 사회적 합의도 없이 급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념과 달리 원전은 경제적이고 안전한 에너지 자원이다. 국토의 면적을 훼손하거나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 탄소배출로 인한 온실가스 발생 같은 부작용도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다소비하는 국가다. 4차산업의 도래로 에너지에 대한 추가 수요도 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반면 이에 부응하는 에너지 자원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지역적으로도 사방이 고립돼 있는 전력망 구조라서 대부분을 석유나 LNG 같은 수입 에너지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우수 인력과 첨단 기술이 핵심 역량인 원전산업은 우리에게 ‘에너지 자력’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이렇게 소중한 분야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더욱이 안에서는 탈원전을 외치며 ‘100년을 바라보고 같이 가자’는 건 아랍에미리트나 장차 우리의 파트너가 될 국가에게도 위선적인 행위다. 에너지정책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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