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공론화위원회가 느림보 행보를 보인다. 지난해 11월 공론화위 조례를 제정한 뒤 4개월간 첫 안건을 상정조차 못했다. 지난달 28일 출범식만 열고 안건 상정 등 운영세부규칙도 정하지 않았다.

4일 시 등에 따르면 최근 시는 공론화위원을 위촉하고 운영세칙을 정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공론화위는 시 고위직 3명, 시의원 3명, 대학교수 3명, 시민단체 4명, 한국갈등조정가협의회, 한국행정연구원 등 15명으로 구성됐다.

시와 공론화위는 조직 구성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분과위원회는 설치하지 않기로 했지만 사무국을 두거나 고충처리 공무원을 파견하거나 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아직 만들지 못했다. 강원도 사회갈등조정위원회는 사무국과 고충처리팀을 두고 조사담당 공무원을 파견하는 등 운영에 내실을 기하고 있다.

안건 상정 등을 위한 운영세칙은 당초 ‘인천은 소통e가득’ 홈페이지에 올라온 청원 중 공감 수가 1만 건이 넘으면 공론화위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지만 이 내용은 뺄 것으로 보인다. 신도시와 관련된 민원이 대다수인데다, 공감 수를 받을 수 있는 한 달 동안 1만 건을 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공감 수 3천 건이 넘어 박남춘 시장이 답변한 청원은 청라국제도시 발전 저해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사퇴, 청라소각장 폐쇄·이전, 송도 R2블록 원안 복귀, 청라 개발정책 제안 등 신도시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 때문에 원도심 안건이 배제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시는 시장과 시의회가 요구할 경우 공론화위 안건으로 상정하는 계획을 갖고 있고, 공론화위원들도 안건 상정을 위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운영세칙은 시와 공론화위가 논의해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최근 인천에는 환경, 원도심 활성화, 학교 이전 등 지역주민 간 이견을 보이는 현안이 많다. 지역 안팎은 공론화위에서 갈등을 조정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조만간 운영세칙을 확정하고 안건 접수 등 준비 과정을 거쳐 공론화 의제에 적합한 추진위원회 구성과 공론조사, 공공토론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광역단체에서 처음으로 공론화위를 상설기구로 운영하는 만큼 많은 분들의 관심과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시민과 함께 만들고 다듬어 인천형 공론화 모델이 완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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