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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북미회담이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초반에 결렬됐다. 첫 번째 싱가포르 회담에 이은 두 번째 회담에서는 상호 실무진들의 방문과 서신으로 기다렸던 결과물이 구체화 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두 정상이 만나 협상을 한 것이 아닌 상호 입장 차이를 확인한 셈이다. 실무진들이 준비한 것과는 다른 내용으로 미국이 회담의 진행을 거부했고 북한은 다시 66시간 걸리는 기차로 돌아가야 했다.

톱다운 방식의 협상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여러 가지 방향의 가능성들이 시도될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으로 돌아간 트럼프 대통령은 꾸준히 협상의 문이 열려 있다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하고 있고 북한의 김정은 역시 미소를 잃지 않고 남은 최소화한 일정을 소화했다. 두 정상 모두 깔끔한 발걸음이 되지 못한 것이다. 어떻게든 경제 제재를 풀어야 하는 김정은에게 한 발자국의 양보도 없이 뒤돌아섰으니 다시 이 둘이 만나는 정상회담은 쉽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의 올해 신년사에서 그가 말한 것처럼 미국이 그들의 의지를 강요하는 압박이 진행된다면 새로운 길을 가게 될 수도 있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그들은 그들의 경제력을 회복하는 방안으로 주변을 움직일 것이다. 문제는 바로 한국, 우리나라다. 우리는 북한과 경계를 마주하고 있다. 북미회담의 성공적인 타결이 되지 못했지만 성공이든 실패든 그 영향력을 바로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동맹국으로 국토방위를 그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실질적으로도 북한의 핵무기 앞에 우리에게 핵우산을 씌워줄 대상이 바로 미국인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태도가 북미회담 진행으로 변해가고 있다.

우선적으로 한미연합 훈련의 축소 내지는 전면 중지가 그 첫 번째이다. 북미회담에 앞서 우리는 남북평화 무드에 빠져 남북평화를 위한 큰 걸음으로 서로의 최전방의 초소를 없앴다. 우리 쪽은 철거 수준이 아닌 폭파해 없애버렸다. 북미회담이 어떠한 성과물도 가져오지 못한 지금 우리의 현실은 세계가 인정한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대치상황이란 것이다. 미국은 이번 북미회담에서 북한의 완전 비핵화와 아울러 생화학무기도 포기할 것을 제시했다. 우리는 한 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가공할 핵무기와 생화학 무기를 두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실을 볼 때 북미회담의 성사여부에 관계없이 우선적으로 자국 방어시스템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자주국방의 현실은 우리에게 아직 멀다. 당장 미국이 없다면 지척에 있는 가공할 무기에 게임 셋 상황이 돼버린다. 게다가 미국은 국내에 주둔한 미군의 비용이 부담스럽고 아깝기 시작한 것이다. 보직이 순환되는 미군과 국내 군인의 연합훈련이 없다면 유사시 원활한 작전을 펼치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꼭 필요한 훈련임에도 이를 줄이거나 없애고 있다. 당장 군사력에 엄청난 타격을 가져올 수 있는 문제임에도 정부는 이에 너무 안일한 모습이다.

지난 9·19 남북군사합의서를 다시 보아야 하고 흔들리는 한미관계도 아울러야 한다. 또한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솔루션에 대한 대안을 세우고 우리의 외교 전략이 펼쳐져야 하는 순간인 것이다. 우리 혼자 신한반도체제를 펼친다고 펼쳐질 것이 아니다. 첫 번째 북미회담에서 단계적 비핵화를 합의하고도 국내 상황에 자신의 입지가 불안하니 태도를 바꿔 일괄 비핵화로 협상을 먼저 깨버린 미국이다. 결국 자신을 먼저 아우르는 현실인 것이다. 언제고 우리 역시도 이러한 상황에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수지타산을 기반으로 움직이니 이렇게 흔들릴 수 있는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입지는 바뀐 것이 없다. 오히려 세계가 우리나라의 입지의 위험을 알게 됐다. 훈련이 없는 군대는 그만큼 기강과 정신이 해이해진다. 게다가 줄어드는 병력과 훈련기간은 이를 더 가속시킬 것이다. 위험의 인지만큼 다급해진 것이 상대의 상황임을 알 때 우리는 더 바싹 군대를 조이고 안보를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이다.

약육강식의 세계 정글에서 어느 한쪽의 약화는 다른 쪽을 강화시키기 마련이다. 북한을 다독이며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줄어들고 있음을 지켜보는 중국이, 첨단무기로 군비증강을 하며 기회를 엿보고 있는 일본이 있음도 상기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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