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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에 사상 처음으로 6일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서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6일 오후 수원시 한 백화점에서 주차요원이 마스크를 쓰고 차량을 안내하고 있다.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청각장애 2급인 박창헌(34)씨는 최근 수원시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했다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말하는 버스 운전기사와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곤욕을 치른 일만 떠올리면 외출하기가 겁이 난다.

 당시 버스기사는 차량이 고장 나 승객들에게 하차를 요청했지만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박 씨는 버스에서 내리지 않았다. 결국 버스기사가 박 씨에게 고성을 지르면서 하차를 요구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에 내몰린 끝에야 뒤늦게 상황을 이해하고 버스에서 내려야 했다.

 청각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최형문(29)씨 역시 지난달 부모를 보러 가기 위해 서울로 가는 고속도로의 한 톨게이트를 이용하면서 불편함을 느꼈다.

 미처 하이패스 노선을 타지 못해 톨게이트에서 멈춰 선 최 씨가 마스크를 쓴 안내원에게 신용카드를 건넸지만 제때 카드 불량 안내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안내원의 의도를 알아챈 최 씨는 급하게 현금을 준비했지만 순식간에 차량이 길게 늘어서면서 교통 혼잡을 초래하기도 했다.

 지난주 용인 에버랜드를 찾았을 때는 마스크를 쓴 채 빈 주차장으로 안내하는 주차요원의 입 모양과 얼굴 표정을 읽지 못해 다른 주차장을 찾았다가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수도권에 엿새째 발효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로 마스크를 쓰고 근무하는 직종들이 늘어나면서 청각장애인의 불편이 높아지고 있다.

 청각장애인은 상대방의 입 모양과 얼굴 표정, 손 동작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상대방 의도를 이해하는 의사소통 방법인 ‘독화’(讀話)를 활용하는데, 최근 서비스 직종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각종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경기도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도내 전체 장애인 수는 54만7천386명으로, 이 중 청각장애인 수는 6만4천102명(11.7%)에 달한다. 특히 관할 지자체에 등록되지 않은 장애인까지 더하면 실제 청각장애를 겪는 인구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정부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로 인한 안전 안내 문자로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면서 의도치 않게 도내 청각장애인의 불편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청각장애인들은 이러한 서비스 직종들이 근무 시 많이 사용하는 수화라도 익혀 간단한 안내라도 해 주길 바라고 있다.

 경기도농아인협회 이정숙 사무처장은 "청각장애인들은 수화를 모르는 일반인들과 대화할 수단이 독화밖에 없다"며 "만약 마스크로 인해 안전과 직결된 안내 음성이 전해지지 않을 경우에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법적으로 수화교육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수화교육이 필요한 사업장의 경우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진행할 때 가능한 한 수화교육을 시행할 수 있도록 안내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장민경 인턴기자 jm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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