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경기침체로 인천에 있는 국가산업단지 입주 제조업체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전통제조업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업체들의 답답함은 더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오죽했으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볼멘소리가 한숨처럼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잘못된 진단과 해법이다. 정부와 인천시, 한국산업단지공단 등은 지난 10년간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리는 지식산업센터 건립을 기반으로 한 ‘산업단지 구조고도화’에 힘을 쏟았다.

 지역 내 국가산단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기계·전기전자·금속업체 등을 집적해 업종 간 정보 및 노하우 공유는 물론 기업 간 제품 연구와 개발·생산·판매·전시·마케팅 등을 위한 협업도 가능한 개념이 지식산업센터다. 남동·부평·주안국가산업단지 구조고도화를 추진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은 2022년까지 총 35개의 지식산업센터를 조성하기로 했으며 이를 통해 2만2천 명의 새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는 것 같다.

 이처럼 공을 들이는 것은 구조고도화의 궁극적 목적인 입주 기업 간 ‘시너지’ 창출과 혁신·협업공간 조성으로 일자리 창출과 전통제조업의 화려한 부활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아무리 좋은 목적으로 지식산업센터를 건립하더라도 민간사업자가 추진하다 보니 미분양을 우려해 업종 구분 없이 공장과 사무실을 분양하거나 업종 간 생산·교육·연구 기능을 접목할 공간조차 마련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부나 구조고도화 사업을 주도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도 업종 간 융·복합 집적화를 위한 ‘혁신공간’을 강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자칫 전통제조업의 고부가가치 실현이 아니라 투기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닌지도 우려스럽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려면 목적에서 벗어난 수익형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견제와 함께 업종별로 집적화·고도화를 위한 입주업체 제한 등을 강제할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전통제조업은 우리 경제를 건강하게 성장하게 한 뿌리 산업이다. 이제 더 이상 제조업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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