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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출신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전 세계 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인물이다. 그의 최신작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는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다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다. 요르고스 감독의 작품은 평범하지 않다. 그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투영하기보다는 새롭게 재창조한다. 그 세계는 기이하고, 이상하며, 종잡을 수 없다. 하지만 한 번 발을 들이면 떨쳐내기 힘든 매력으로 가득하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더 랍스터’ 또한 기괴한 매력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한 남성의 이별 통보 장면을 비춘다. 배우자가 떠나 싱글이 된 이 남성은 도시 외곽의 작은 호텔로 보내진다. 의상은 호텔에서 제공한 것만 입을 수 있으며,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45일이다. 그 기간 동안 새로운 짝을 만나지 못할 경우 동물로 변한다. 객실 번호 101호에 묵게 된 남성 데이비드는 짝을 찾지 못했을 경우 어떤 동물이 되고 싶냐는 매니저의 질문에 ‘로브스터’라고 대답한다. 그렇게 그는 46일 뒤에 로브스터로 변할지도 모를 두려움을 안고 호텔 생활을 시작한다.

 그곳에 모인 솔로들의 목표는 단 하나, 기간 내에 짝을 찾아 동물로 변하지 말자. 체류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호텔 밖 숲 속에 살고 있는 외톨이들을 사냥하는 방법뿐이다. 그러나 데이비드에게는 사냥도, 자신과 어울릴 만한 비슷한 여성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결국 그는 탈출을 시도해 숲 속 외톨이들의 무리에 합류한다. 구속과 규율이 강했던 호텔 생활에 비해 언뜻 자유로워 보이는 숲 속 생활의 요구사항은 단 하나였다. ‘사랑하지 말라!’ 이곳에서는 커플이 될 경우 끔찍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었다. 철저히 외톨이가 되길 강요하는 곳에서 그는 모순되게도 자신과 비슷한 시력을 가진 근시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는 다시 도시로 돌아가 평범한 사람들처럼 가정을 꾸리고 살 수 있을까?

 영화 ‘더 랍스터’는 일반적인 삶의 원칙들이 통제되거나 변형된 이상한 세계의 모습을 보여 준다. 한쪽 세상은 반드시 ‘짝’을 만나길 권장하고 있으며, 다른 사회는 철저히 홀로 살아갈 것을 강제하고 있다. 어느 사회도 이성적이지 않지만 이는 특정 집단이나 시스템 안에 포함시켜 규정짓기를 하려는 세상의 모습과 닮아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인 두루뭉술하게 사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인싸(인사이더)’나 무리에 어울리지 못한다는 의미의 ‘아싸(아웃사이더)’도 ‘호텔’과 ‘숲’의 구별짓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더 나아가 이 작품은 사랑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호텔에서도, 숲에서도, 평범한 생활의 표본인 도시에서도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동류’를 찾아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일까? 공통분모가 희미해지면 사랑도 흔들린다. 비슷함에 대해선 우호적이나 다름에는 불편해하는 ‘동류’에 대한 사랑도 ‘호텔’과 ‘숲’, ‘도시’로 도식화된 작동원리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영화 ‘더 랍스터’는 기이한 설정과 예측 불가의 스토리로 관객들을 빠트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사회제도와 사람들의 인식에 대한 열린 해석을 전하며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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