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들
157분 / 코미디 / 청소년관람불가

2019030801010002784.jpg
영화 ‘그때 그들’은 섹스, 마약,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3선 총리이자 이탈리아를 현혹시킨 이슈메이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이야기를 다룬 블랙코미디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정치인이자 미디어 재벌, 스캔들의 황제로 불리며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건설회사를 창립해 막대한 부를 쌓은 그는 ‘성공한 CEO형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로 국민들의 신뢰를 받으며 1994년 정치계에 입문했다. 이후 17년의 정치경력 중 10년 동안 총 3차례 총리직을 지내며 공화정 이후 이탈리아 최장수 총리로 기록된 거물급 정치인이다.

 그러나 그는 재임 당시 성추문과 비리 의혹에 휩싸였고, 탈세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는 등 부정부패의 아이콘으로 평가받았다. 이 영화는 흥미로운 소재는 물론 ‘영상미의 장인’이라고 불리는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이 연출을 맡아 주목받고 있다. 감독은 이 작품에서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광에 더해 양과 회전목마 등 우회적인 묘사로 캐릭터 내면의 심리를 완벽하게 그려 냈다. 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를 통해 성공과 사랑에 대한 인간 본연의 ‘욕망’ 그 자체에 집중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그는 2008년 이탈리아의 유명 보수 정치인 줄리오 안드레오티의 일생을 입체적으로 다룬 걸작 ‘일 디보’를 통해 38살이라는 젊은 나이로 제61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명성을 얻었다. 2004년 ‘사랑의 결과’를 시작으로 2006년 ‘패밀리 프렌드’, 2008년 ‘일 디보’, 2011년 ‘아버지를 위한 노래’, 2013년 ‘그레이트 뷰티’, 그리고 2015년 ‘유스’까지 무려 6번이나 칸영화제에 초청되는 영예를 안으며 영화계를 이끌어 나갈 젊은 거장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국민 배우이자 메소드 연기의 1인자로 불리는 토니 세르빌로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라는 논쟁적 인물을 맡아 섬세한 연기로 표현했다. 특히 그는 전작들을 통해 보여 준 신사적인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 실제 인물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외모뿐만 아니라 말투까지 완벽히 재현하며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훌륭한 연기로 예비 관객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토니 세르빌로는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과 ‘엑스트라 맨’을 시작으로 ‘사랑의 결과’, ‘일 디보’, ‘그레이트 뷰티’, 그리고 ‘그때 그들’까지 무려 다섯 작품을 함께 하는 등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고 있다. 이 중 ‘그레이트 뷰티’에서 아름다움과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하는 소설가 젭 감바르델라 역을 완벽히 소화하며 제26회 유럽영화상 유러피안 남우주연상과 제5회 로마 국제영화제 최고의 남자배우상을 석권했다. 이 영화는 7일 개봉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