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를 매개로 한 남북 교류의 교두보 역할을 해 온 루영<사진>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사무국장이 세상을 떠났다. 인천과 각별한 인연을 맺은 루영 국장의 부재로 인천시가 그렸던 북한과의 협력 구상에도 아쉬움이 남게 됐다.

7일 인천시와 EAAFP에 따르면 루영 국장이 지난 6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향년 61세로 숨졌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주관한 황해보전워킹그룹회의에 참석하던 중 예상치 못한 비보다.

지난해 EAAFP 사무국장으로 부임한 그는 1991년부터 세계적인 습지인 홍콩 마이포습지와 스위스 제네바의 람사르협약 사무국 본부에서 근무한 환경전문가다. 인천 사무국에 온 뒤로는 특히 북한과의 교류에 힘썼다.

그는 지난해 북한의 EAAFP 파트너 가입과 람사르협약 가입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평양에서 열린 세계철새의 날 행사에 참여하는 등 북한과 지속적인 교감을 갖고 철새·서식지 공동 조사 등 협력 방안을 논의해 왔다.

루영 국장은 저어새를 비롯해 인천과 북한을 넘나드는 철새 서식지 보전과 공동 연구 가능성을 꾸준히 내비쳤다. 북한의 EAAFP 파트너 가입으로 황해 보전을 위한 한국·북한 및 중국과의 협력이 더욱 활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시도 EAAFP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통해 북한과 교류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했다. 올해 남동유수지와 송도갯벌을 EAAFP의 철새이동경로 사이트에 등재해 국제사회 협력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었다.

사이트 등재가 이뤄지면 국제 멸종위기종 33종 등이 오가는 동아시아-대양주의 철새이동경로 내의 홍콩·중국·필리핀·일본 등과 나아가 2곳의 FSN 사이트가 있는 북한과도 공동 연구 추진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북한과 교류 역량을 쌓은 루영 국장의 역할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18일 예정됐던 루영 국장의 북한 방문에 앞서 인천의 협력 의지를 전해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인천을 동아시아∼대양주를 이동하는 철새들의 중간기착지로 높게 평가하며 보전과 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던 그의 바람은 시와 EAAFP가 협력해 이뤄 낼 과제로 남았다.

한편, 루영 국장의 장례는 현지에서 진행된다. 다음 주 중 EAAFP 사무국이 있는 송도 G-타워에 그를 추모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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