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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미근 의왕시의회 의장
대법원이 고령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인구학적 변화를 고려해 노동 가동연한을 현행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상향 조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당장 현행 만 60세인 법정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하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평균수명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세대의 퇴직이 본격화됨에 따라 정년연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 문제가 돼 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4.8%를 넘었고 2026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16년 3천763만 명을 정점으로 한 생산 가능인구(15~64세)역시 2017년부터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전체 인구에서 생산 가능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65년에는 47.9%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며 우리나라는 머지않아 일할 사람이 부족해 심각한 경제침체를 겪을 것이다. 이러한 우려 속에 정년연장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고령화·저출산 시대의 유력한 탈출구로 정년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년연장 문제는 고용주와 피고용주, 세대 간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고 있다. 우선 기업에서는 고령근로자가 생산성에 비해 과도한 임금을 받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며 정년 연장은 기업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례로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55세 이상 근로자의 상대임금은 35세 미만 근로자의 3배에 달하는 반면 생산성은 절반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현재의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와 경직된 고용규제 아래에서의 정년 연장은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정년연장이 법제화되더라도 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계층이 매우 제한적이라면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세대 간의 갈등도 존재하고 있다. 아들의 취업을 위해 아버지를 일자리에서 밀어내느냐, 아니면 아버지의 일자리 유지를 위해 아들의 취업을 막느냐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정년연장 문제는 세대 간, 계층 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이의 전면도입이냐 아니냐의 이분법적인 접근은 사회적 갈등만 야기할 뿐이다. 때문에 정년을 연장하고 강제하기보다는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를 병행 실시하거나 고령자 고용에 적합한 급여제도와 함께 직무개발도 별도로 시행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2013년부터 정년을 65세로 연장했고, 앞서 1998년부터 60세로 정년을 연장했었다. 일본은 정년을 연장하더라도 임금이 55세에서 정점을 이루는 임금피크제를 운영해 청년 세대를 채용하는 임금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독일은 2012∼2019년 공공연금 대상자의 퇴직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하기로 했고, 영국도 65세 정년을 단계적으로 조정해 2024∼2026년에 68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페인 역시 2013년부터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늦추기로 했고, 노르웨이도 2025년까지 67세로 조정하기로 한 상태다. 이처럼 전 세계 선진국에서 정년연장을 검토하고 단계적으로 상향조정하고 있다. 세계적 흐름 속에 정년연장은 우리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때문에 우리에게는 정년연장=청년실업, 정년연장=연금지급 회피 수단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아닌 보다 건설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예로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 시절 정년을 65세에서 60세로 낮추고 이후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55세 조기퇴직 프로그램까지 시행했음에도, 오히려 청년실업률은 낮아지지 않고 연금재정만 악화되는 실패를 겪기도 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년연장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이 아닌 일자리 창출과 교육시스템 개선, 직업의식 교육 강화 등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정년연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사회적 통합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고심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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