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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승연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며칠 전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1천349달러로 2017년(2만9천745달러)보다 5.4% 증가했다.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를 넘었다는 것은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3개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구가 5천만 명 이상이면서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이른바 3050클럽에 세계에서 7번째로 가입한 나라가 됐다. 기존 6개국은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63년 100달러, 1977년 1천 달러를 넘어선 뒤 1994년 1만 달러를 돌파했다. 2006년에 2만 달러 고지를 밟았고 당시 머지않아 3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파고 속에 성장률이 떨어지며 3만 달러를 넘기까지 12년이 걸렸다.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가 되기까지 미국은 9년, 독일과 일본은 5년이 걸린 것에 비하면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어렵게나마 3만 달러로 상징되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사실을 국민 모두가 축하할 만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 사실을 체감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두 가지 요인이 있어 보인다.

 하나는 최근의 저성장에 따른 불경기 탓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2.7%로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는 우리 경제의 유일 버팀목인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다. 올해 1월 수출은 전체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가 28.8% 급감하는 등 전년 동기 대비 14.6% 감소했다. 1월 실업자 수는 122만 명으로 19년 만에 최고치라는 소식도 들린다. 최근의 얼어붙은 소비로 인해 전체 취업자의 25%에 이르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진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체감 못하는 또 다른 요인은 우리 사회의 소득분배 구조 악화와 취약한 사회안전망에 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처분가능소득 차이는 5.47배로, 4분기를 기준으로 볼 때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월평균 123만8천 원으로 1년 전보다 17.7%나 줄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면 너무 취약하다.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 50%에 육박하면서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결국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그것은 경제의 성장동력을 강화하고 분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국민소득 3만 달러에 걸맞은 선진국 국민이란 점을 체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다가 모두 놓친다는 우화에 우리가 익숙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진영논리에 갇혀 성장 아니면 분배, 둘 중의 하나만을 강요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성장과 분배는 함께 추구해야 할 가치라는 점은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임을 알 수 있다. 분배가 뒷받침되지 않는 경제성장은 과거의 우리 경제처럼 빈부격차를 확대시킬 것이다. 그것으로는 선진국을 인정하지 않는 국민들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성장이 받쳐주지 않는 분배 강화는 결코 지속될 수 없으며 재정위기를 넘어 국가 파산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결과를 과거 남미나 남유럽 국가들에서 수없이 목격했다.

 문재인 정부는 얼마 전 우리 사회를 ‘혁신적 포용국가’로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혁신과 포용이라는 말은 각각 경제성장과 복지강화로 연결된다. 이렇게 본다면 문재인 정부의 비전은 우리 사회를 진정한 선진국으로 이끌기 위한 것으로서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단 과제는 혁신을 위한 규제개혁, 포용을 위한 조세 강화 등 구체적인 수단에 있다. 정부가 이를 제대로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에 달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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