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나라, 인도를 찾는 관광객 규모는 연간 630만 명이다. 이들은 가난하지만 소박하고 신성(神聖)이 깃든 인도인들의 삶을 바라보고 체험하며 몸과 마음의 치유를 얻는다고 한다. 신 앞에 나(我)의 모든 것을 내려 놓는 ‘13억’ 인도인들의 삶은 관광객들에게 외경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인도는 힌두교, 불교등 다양한 외래 종교가 공존하고 있는 다신(多神)의 나라다. 신자들이 가장 많은 힌두교와 불교는 그 교리로 현생(現生)은 지난 생의 결과이며 다음 생을 위한 준비라고 보는 업보·윤회·연기(緣起)의 원리 등을 설파하고 있다. 이 같은 종교 정신은 인도 바라나시를 가로지르는 갠지스강에서 잘 드러난다. 삶과 죽음이 종이 한 장 차이임을 실감나게 해 주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방영된 한 다큐멘터리는 종교적 믿음과 관습이 인도인들의 삶을 한편으로는 얼마나 옥죄고 있는지도 여실히 드러낸다. 종교와 축제는 인도인과 뗄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이다. 그런데 이 축제에 초대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아 이혼당해 ‘버려진’ 여인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업보를 씻어내고 현세와 내세의 복(福)을 구하는 갠지스강의 축제에 참여할 수 없다. 남편의 불행은 아내의 ‘카르마(업)’에서 비롯됐다는 인도들의 오랜 믿음은 남편에게 쫓겨난 여성들이 평생 그 죄업의 굴레를 혼자서 짊어 지고 가야 한다는 관습을 낳았다.

 이 여인들은 형형색색의 사리도 입지 못하고 평생 흰 옷을 입고 얼굴에 화장도 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쫓아 낸 남편을 위해 평생 제(祭)를 올리고 그의 복을 기원한다. 외교관을 꿈꾸며 최상위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한 미망인의 삶은 그래서 더욱 처절하다. 이 과부는 외국어에 능통하고 대학의 사무장까지 지냈지만 남편이 첩을 들이면서 20대에 버려졌다. 삶과 자아 실현에 대한 욕구는 억압된 과부의 삶 속에서 산산조각 났다. 하지만 그녀는 다음 생에 태어나도 부모가 정해준 짝과 결혼해 남편에게 순종하는 업을 또 택하겠다고 한다. 이것이 여자의 운명이라는 그녀의 믿음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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