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출퇴근 시간(오전 7∼9시와 오후 6∼8시)에 카풀서비스를 허용키로 지난 7일 전격 합의했다. 이로써 택시-카풀 업계 간 마찰이 종식될 계기가 마련되고, 법적 지위가 불완전한 카풀서비스도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길이 생겼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아쉬움이 더 크다. 우선 (도심지의 경우) 승차난이 가장 심각한 밤 10시부터 새벽 2시에는 카풀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와 연동된 택시 승차 거부 근절은 추후 협의사항으로 밀려났다. 늘 그렇듯 이번에도 국민의 편익은 빠진 것이다. 반면 택시업계는 요금 인상, 기사 월급제, 감차 지원 등 카풀서비스와 상관없는 숙원 과제들을 거의 얻어냈다.

 엄밀히 말하면 ‘매일 일정액을 회사에 납부하는 사납금제와 이로 인해 택시기사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월 200여만 원의 수입밖에 못 올리는 문제’까지 금번 합의에서 다룰 일은 아니었다. 자영업과 마찬가지로 ‘공급 과다’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당연히 공급량 감축을 통해 풀어가는 게 맞는 방향이다. 기가 막힌 건 이처럼 택시의 초과공급에도 불구하고 고객은 여전히 불편을 겪는다는 점이다. 제도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은 출퇴근 및 심야 시간에 택시를 잡기 어렵고, 기사의 승차 거부와 불친절 등 서비스 문제로 승객들이 불편함을 겪는 데 있다. 금번 합의에는 ‘이와 같은 피해와 불편을 어떻게 해소할 지’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빠져 있다. 논의의 초점을 승객들이 ‘원할 때 거절당하지 않고 오래 기다리지 않으며, 승차 후엔 편안하고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것’에 맞춰야 한다.

 사실 같은 조건이라면 대부분의 승객들은 여전히 (제대로 전문 교육을 받은) 안전한 택시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지도 않을 택시를 위해 마냥 피해를 감수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가장 우선돼야 할 건 ‘국민 편익’이다. 택시업계도, 혁신산업도, 심지어 사회적 대타협도 이것을 위해 존재하는 수단일 뿐이다. 안타깝게도 이해 당사자들과 중재자 모두 이러한 우선 순위를 망각한 듯싶다.

 그래서 결국 승객의 불편은 해소하지 않고, 택시 기사의 불만만 국민 혈세로 봉합한 ‘무늬만 혁신인 졸속 합의’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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