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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택시 기본요금이 중형은 800원 모범과 대형은 1600원 인상된 가운데 지난 9일 인천시 서구의 한 도로에 택시들이 미터기를 조정하기 위해 길게 늘어서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인천시와 개인택시조합, 미터기 업체 등이 택시미터기 교체에 따른 혼란을 두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그렇다 보니 교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불협화음을 내며 이미 예상된 상황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터기 교체가 시작된 지 3일째인 11일 서구 청라동 인천체육고등학교 인근에는 수백 대의 택시가 대기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줄을 서기 시작해 교체 완료까지 예상되는 시간은 12시간 이상이다. 4개 미터기 업체가 지역별로 분산하지 않고 이곳에서만 교체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택시기사 조모(70)씨는 "2013년 12월 택시요금 인상으로 인한 미터기 교체 진행 때는 업체들이 서로 다른 장소에서 교체해 지금과 같은 혼란은 없었다"며 "조합은 조합원을 위해 무엇을 하는지, 미터기 업체는 한곳에 모여 자기들만 편하게 일하면 되는지, 시는 왜 이런 꼴을 보고만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는 시와 조합, 업체 등이 미터기 교체 준비 과정에서 장소 선정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채 요금 인상 시기에 맞춰 급히 일정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조합은 택시기사들이 직접 미터기 업체를 방문해 교체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업체들은 교체 작업 장소가 될 인근 주택가에 피해를 줄 것을 우려해 거부했다. 결국 업체들은 청라국제도시 외곽으로 장소를 지정해 통보했다. 조합은 지난 7일 시에 조율을 요청했지만, 미터기 교체를 이틀 앞둔 시기라 시 역시 대안을 찾지 못했다. 결국 인천지역 택시들은 청라로 향해야만 했다.

개인택시조합의 A대의원은 "시에 수차례 혼란 우려를 나타냈고, 누구든지 예상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며 "업체 역시 본인들 편의대로만 교체를 진행했기에 택시기사들이 겪는 불편은 안중에도 없었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최초 교체 계획을 세울 때 조합과 업체가 미터기 교체에 대해 당사자 간 조율하겠다고 해 손을 놓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뒤늦게 장소 지정을 통보받아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웠고, 대신 교체비용을 5만5천 원에서 4만7천 원으로 내렸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stone@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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