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제가 풀리고 나면 또 다른 숙제가 생기는 등 지난 2월, 한 달 내내 여러 가지 문제로 짜증이 났다.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알았는지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말한다. 목적지도 없이 무작정 집을 나섰는데 아내가 지인이 살고 있는 강원도 정동진으로 가자고 말했다.

 3·1절을 낀 연휴라 그런지 부분 정체가 이어지면서 그동안 쌓여 있던 불편한 마음과 합쳐져 더욱더 짜증이 났다. 하지만 아내가 나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떠난 여행이기에 억지로 참는다. 지인을 만나 늦은 점심을 함께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진 후 인근의 한 사찰을 찾았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慈藏律師)가 창건한 고찰로 당시 세워진 것으로 전해지는 오층석탑이 눈에 띈다.

 긴 시간 머물지는 않았지만, 이곳에 머무르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했고 그동안 내내 마음을 억누르고 있던 여러 가지 불편했던 그 모든 것들을 훌훌 털어 버리기로 결심하고는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오니 한 달간 멍했던 정신은 한결 맑아져 갔고 한동안 설쳤던 밤잠도 그날은 깊은 숙면을 취했다. 그 다음 날 마음이 가벼워져 평소 미뤄 놓았던 일들을 정리하고 일어서는 순간 양쪽 사타구니가 무척 아파 가래톳인가? 라며 잠을 자고 나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도 계속 아파 병원을 찾았다.

 예측과는 달리 탈장이니 수술을 해야 한다며 다른 지역 병원을 추천한다.

 나이가 더 먹은 탓인지 몰라도 그동안 같은 수술을 두 번이나 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걱정이 앞선다. 마취가 깨고 나니 통증이 무척 심하게 느껴진다. 아내가 몸부림을 치면서 통증을 호소하는 내 손을 조용히 잡는다. 걱정과 함께 따스함이 묻어 있는 아내의 손에 의해 강력한 진통제보다 빠르게 통증이 사라진다. 이번 수술을 통해 아내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부부란 젊었을 때는 연정으로 살고 중년에 접어들어서는 인간애로 산다고 했던가? 아내를 위한 삶을 살겠다는 다짐과 실천을 위해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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