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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미세먼지 공습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대란’이라고 부르는 관계자도 있을 정도다. 정부와 국회는 국가재난사태 선포라도 할 듯이 온갖 대책을 내놓거나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미세먼지 배출원이 자동차와 난방·발전이라는 얘기는 오래전에 나온 바 있고, 그 배후에 중국의 석탄발전소가 있다는 보도도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한다면 아직 정확한 원인과 현황을 모른다고 해야 옳다. 워낙 여러 군데서 미세먼지가 생기는 데다 배출원을 알아도 줄이는 방법이 마땅치 않거나 상당히 오래 걸린다는 건 알고 있는 바다.

 중국 쪽과 인공강우 관련 기술을 협력하기로 했다지만 저감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연구가 태부족이고, 특히 우리의 기술이 중국의 기술에 비해 너무 뒤떨어져 과연 중국이 선뜻 인공강우 기술을 무상으로 전수해 줄지도 의문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보고서에 따면 그 격차가 엄청나다. 환경공해 연구가들조차 대책에 있어 하나 마나 한 소릴 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서 저감 대책을 세워야지 발생 원인을 모르고는 적절한 제어가 불가능하다’느니 ‘중국의 미세먼지 감축 노력이 필요한데 우리가 어쩔 수 없으니 외교적 노력과 함께 중국이 스스로 줄이려는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는 등등이다.

 그렇다고 "정부는 어디 있냐"를 책망하는 이들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걸 알면서 그나마 오늘보다는 내일, 올해보다는 내년을 기대하는 걸 탓할 일이 아니다. 당장에 해결책은 없으니까.

 정부의 미세먼지 비상 저감 조치 발령 시 2부제를 지키지 않는 공무원에게 불이익을 주자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과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 일수가 장기화 할 경우 기존 배출가스 5등급 차량에만 적용하던 차량 운행 제한을 5일 이상 연속 발령 시 4등급으로 확대 추진하기로 했다는 등 추가 대책이 그렇다. 검토니, 확대 추진이니 하는 말은 아직도 여유가 있을 때나 쓰는 용어지 지금까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는데 참 한가한 소리라는 느낌밖에 안 든다.

 사정을 모르는 게 아니다. 미세먼지를 해결하겠다는 진지한 동기와 불굴의 의지가 있다 해도 원인 제공자, 피해 당사자, 수습 책임자가 불분명한 터.

 당국조차 원인과 책임자를 특정할 수 있어야 뭐라도 할 일이 있을 텐데 그들이 누구이고 어디에 있고, 무엇이 잘못인지 잘 모르는 형편 아닌가. 그나마 찾아낼 수 있는 당사자도 사방에 흩어져 있다.

 국회의 각 당 원내대표들이 미세먼지 사태를 국가재난에 새롭게 포함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포함한 미세먼지 대책 관련 긴급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는 것도 정치적 책임의 분산, 희석, 무력화처럼 보인다.

 지난해 4월 김병욱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은 그동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에 계류돼 있었다고 한다. 이 법안에서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는데 말이다.

 미세먼지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황사부터 시작하여 꽤 오래전부터 대기오염(특히 미세먼지로 인한) 물질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국제 인권환경특별보고관의 발표가 있었음에도 방만하게 처리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보도에 따르면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없애는 문제도 의견이 다르다고 한다.

 기술 파트 쪽에서는 "상당한 양이 목표한 지점에 내려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하는 반면 환경 파트 쪽에서는 "서해에서 비를 뿌리면 커튼 역할을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고 있다.

 어쩔 수 없다. 정부는 흩어진 대책들을 하나로 꿰고, 관련법은 물론 자금과 연구자를 모아 첫 단추보다 잘 꿰는 출발을 해야 한다. 이럴 때는 저렇게, 저럴 때는 이렇게 한다는 검토와 추진이라는 것보다 우리 공동체의 역량을 총집결해 믿을 만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다.

 물론 현재 실시하고 있는 미세먼지 저감 조치가 얼마만큼 효과가 있는지 불확실하더라도 계속 확대 실시하는 전제하에. 내일을 안심하려면 비전에 다가가리라는 믿음이 중요하다.

  떨어진 정치의 신뢰를 만회하려면 국민의 두려움부터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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