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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호 인천시 일자리경제과장
국어사전에 일자리의 정의는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직업’이라고 돼 있다.

 일자리를 통해 삶을 가꾸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이다. 일자리 대통령을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했다.

 유행어처럼 회자되는 ‘고용 없는 성장’, ‘일자리 절벽시대’를 맞아 정부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온갖 아이디어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일자리에도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가 있다. 좋은 일자리를 원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좋은 일자리는 생계만 꾸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그러나 좋은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꾸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천시에서도 민선 7기 들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전환하는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공공부문부터 양질의 일자리로 변화시킴으로써 좋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려 한다.

 우리나라 비정규직은 2018년 기준으로 33%(남자 26.3, 여자 41.4)이며 그 중 60세 이상이 67.9%로 퇴직 후 생계를 위해 비정규직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축소판인 인천도 비슷한 비율이다. 정규직 근로자란 사용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해 사업장 내에서 전일제(full-time)로 근무하면서 근로계약 기간의 정함이 없이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되는 근로자를 말한다. 반대의 의미가 비정규직 근로자다.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이 양산된 계기는 IMF 외환위기였다. 고용의 유연화에 대한 외부적 요구와 비용절감 필요 때문이었다.

 IMF는 금방 벗어났지만 비정규직은 철폐되지 않았다. 형편없는 임금과 장롱 다리만큼 짧은 고용기간에 불안정성은 커졌다.

 근로자의 후생복지는 기업의 생산 효율로 인해 무시되곤 했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한국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선진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값이 싼 노동인구가 아니라 직장을 안정적으로 주지 못하니 그에 응당한 대우를 해줘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비정규직이라 하면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그러한 노동자들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완전함을 견뎌내야만 한다.

 일각에서는 비정규직 문제를 기업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장에 맡겨 놓은 결과 낙수효과는 없었고 더 많은 비정규직만 양산됐다.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는 더 벌어졌으며 사회 양극화가 더 심화됐다. 심지어 지속적인 국가사회발전을 장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사태에 이르렀다.

 미국의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만일 자유 사회가 가난한 다수를 도울 수 없다면, 부유한 소수도 구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2017년 5월에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근로자를 만났다. 이어 7월에 정부 부처 합동으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우리 시에서도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실태를 파악하고 전환심의위원회를 구성해 2018년 3월에 89명을 전환 완료했다.

 용역근로자는 노사전문가 협의기구를 통해서 전환 대상과 근로조건 등을 원만하게 합의했다.

 올해 4월에 161명이, 6월에 185명이 전환 채용된다.

 전환채용에 앞서 간담회 자리를 가졌다. 전환예정자들의 얼굴에 밝은 화색과 비장한 각오가 묻어난다.

 시장께 손가락으로 미니하트를 보내고 거듭 감사해 하며 잘 하겠다고 다짐하는 말에 그들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좋은 일자리로 바뀜으로써 근로자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이제 결혼도 할 수 있고 부모님께 떳떳한 아들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전환자의 말에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공공부문이 사용자로서 모범을 보이고 민간부문까지 확대돼야 한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기업의 전향적인 자세와 더 큰 안목이 요구된다. 노동을 신성하게는 못 여기더라도 존중해야 한다.

 노동이 무시되고 천대받지 않도록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과 사회 변화가 필요하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불평등 구조의 해결에 앞장서야 할 의무가 있다.

 전환예정자들이 내민 거친 손의 굵은 주름 속에 그간의 고단한 삶의 여정이 배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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