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인 합계출산율이 0%대로 떨어졌다. 이러다가는 없어지는 지자체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코앞에 다가온 현실이다. 외국의 사례에서 찾을 것도 없이 강원도 18개 기초단체 중 10개가 인구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고 한다. 전국의 지자체는 이러한 인구절벽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여러 가지 출산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이를 더하면 2천여 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이 중 500여 개가 돈으로 출산을 유도하겠다는 아이디어다. 인천에서도 서구 등 몇 개 지자체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돈을 앞세운 출산장려책을 내놓고 있다. 돈을 내놓지 않으면 출산정책이 아예 없는 것으로 여겨지니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아 출산을 꺼리는 근본적인 문제는 놔두고 아이만 낳으라고 유도하는 이러한 정책은 애초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었다. 지난해 전국 지자체가 출산을 유도하기 위해 내놓은 출산장려책으로 쏟아 부은 예산만 2천억 원이 넘었음에도 출산율이 0%대로 떨어졌다는 것은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최근 연수구에서는 출산장려금 예산 확대를 두고 말이 많다. 구는 그동안 둘째 아 100만 원, 셋째 아 240만 원, 넷째 아 1천만 원, 다섯째 이후 출생아 3천만 원 등의 파격적인 출산장려금을 지원해 왔다. 올해는 기존 예산의 두 배인 30억 원으로 확대하면서 논란이다. 이미 연수구는 지난해 남동구와 계양구를 제치고 가장 많은 예산을 출산장려금으로 배정했으나 투자한 만큼 출산율을 끌어올리지 못해 뒷말이 무성하다. 가장 많은 예산을 쓰고도 지난해 출생아 수는 인천 10개 군·구 중 5번째인 2천512명에 머물렀다.

 출산장려금을 전혀 지원하지 않는 서구는 2017년 3천867명에서 지난해 4천168명으로 8%나 늘었다. 연수구와 서구는 송도와 청라 등 국제도시를 같이 품고 있어 비교하기 좋은 도시다. 연수구와 서구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제는 돈에 이끌려 대책 없이 아이를 낳는 세상이 아니다. 아이를 낳고도 아이와 부모가 사회나 직장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하고, 또 아이는 교육과 보육을 충분히 받으며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야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출산정책이 추구해야 할 목표다. 시민 세금이 불필요하게 쓰이지 않도록 정책 입안자들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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