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들리는 사격 소리에, 잔불은 수도 없고 가끔 크게 번지는 산불로 불안에 떨 때가 많아. 거기다 군부대에서 나오는 유탄이나 포탄 파편으로 인한 지하수 중금속 오염도 걱정이야."

인천시 강화군 진강산 일대 임야 약 50㏊를 태운 대형 산불을 목격한 양도면 길정리 이광종(60)이장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특히 군부대 사격훈련으로 인해 발생한 산불을 보고는 화가 치민다고 했다.

그는 "잔불은 수도 없고, 크게 번진 산불은 이번까지 세 번째"라며 "사격 소리도 불안하고, 유탄이나 포탄 파편으로 인한 중금속 오염도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여기가 길정리 저수지로 가는 지류인 만큼 군부대 사격장을 막든지 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오후 1시 58분께 발생한 불은 강풍을 타고 인근의 덕정산까지 이어졌다. 화재는 인근 군부대 사격장에서 실시된 K201 유탄발사기 사격훈련으로 인해 최초 발생했다. 해병대의 연습용 유탄이 터지면서 불티가 인근 수풀에 튀었고, 바람을 타고 불씨가 빠르게 번지면서 초기 진화는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산 중턱에 살고 있던 70대 노부부가 산불 사이에 고립될 뻔한 아찔한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이광종 이장은 "갑자기 산불이 번지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다 산 중턱에 집이 있다는 것을 잠시 잊었다"며 "부랴부랴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아 면사무소 직원들과 가 보니 부부가 분무기로 집 주위에 불을 끄고 있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이광종 이장은 자신이 이장을 맡은 지난 10년 동안 군부대의 사격으로 총 세 번의 큰 불이 났다고 했다. 마지막 산불이 약 8년 전이어서 자주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불안한 마음은 이번 화재로 더욱 커졌다.

군부대의 사격으로 불안감을 느낀 주민들은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사격장 폐쇄를 정부에 요구했지만 주민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강화소방서의 한 관계자는 "군(軍)에서는 사격훈련이 있을 때마다 소방차 한 대를 주변에 대기시켜 달라고 요청하는데, 소방인력이 부족해 하루 종일 세워 두기가 부담스러운 실정"이라며 "특히 사격장 인근에서 불이 나면 소방관들이 투입돼야 하는데, 불발탄 등의 위험이 있는 지역을 들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군부대 관계자는 "어제(13일)는 소방차와 소방대원이 대기하고 있었고, 자체 방화대도 현장에 있었다"며 "바람이 순식간에 평상시보다 빠른 상태여서 초기 진화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김혁호 기자 kimhho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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