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가 천하 통일 전초전으로 형주를 향해 남진하자 형주 군대는 지리멸렬해 조조에게 투항하기 일쑤였다. 그때 옛 형주의 장수였다가 조조에게 귀순한 문빙이 유비를 공격해 왔다. 유비가 매섭게 질타했다.

 "주인을 배반한 도적놈아. 무슨 면목으로 얼굴을 들고 다니느냐!" 이 말을 들은 문빙이 부끄러워하며 슬며시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사실 유비의 질타는 적절한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문빙은 부끄러워했던 것이다.

 요즘 배신이니 배반이니 하는 말은 별로 쓰이지 않는다. 작은 이익이나 자기 편리함에 따라 등 돌리는 것이 당연시되는 풍조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탓할 일이 아닐는지 모른다. 융통성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처세의 유연성이 곧 성취의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널리 펴져 있다. 아니 당연시되고 있다. 누가 누굴 배신했는가? 그 주체도 대상도 없어졌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그 말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임에 틀림없는데 세상이 모두 그러하니 어쩔 수가 없는 것일까.

  <삼국지리더십 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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