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버닝썬 폭행 사건으로 불거진 일부 남성 연예인들의 성관계 불법 동영상 촬영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이번 사건을 상대방 모르게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자랑거리’나 ‘재미’로 공유하는 유명 연예인들의 스캔들 정도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은 훨씬 무겁다. 바로 성범죄에 대한 미온적 인식과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가수 정준영과 그 지인들은 클럽이 남성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이른바 ‘물뽕’을 이용해 여성을 성폭력하고 자신이 여성들과 보낸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한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심지어 ‘OO랑 잤다’라는 자랑 섞인 멘트에 ‘영상을 올려달라’는 댓글을 다는 등 영상 속 주인공을 선망의 대상으로 여기기도 했다. 이들에게 불법촬영물은 그저 ‘유희’ 정도에 불과했다. 우리 사회는 분노했고, 이들의 만행에 충격을 받았다. 곳곳에서 이들에 대한 엄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어두운 단면도 드러냈다. 정준영 관련 보도 이후,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동영상 또는 일부 여성 연예인들의 이름이 실검에 올랐다.

 죄보단 동영상에 대한 관심이 치솟은 것이다. 피해자에 대한 추측 및 보도가 나돌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정준영과 여성 아이돌의 성관계 동영상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해당 영상은 조작된 영상으로 밝혀졌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특정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합성한 영상 편집물인 것이다. 한 언론사는 정준영의 왜곡된 성인식을 꼬집는다는 명분으로 피해자를 파악할 수 있는 주변 정보를 그대로 보도하는가 하면 경찰이 확인한 성관계 동영상 장면을 상세히 묘사하기도 했다.

 지난해 수만 명의 여성들이 거리에 나와 "찍지 마!"를 외치며 불법촬영물의 피해를 호소했다. 여성들은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그들이 흘린 눈물과 땀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여성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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