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에 군 사격장이 있는 마을 주민들은 상시적인 고통과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사격 훈련장에서 들려오는 소음은 물론 도비탄(장애물에 맞고 예측치 못한 방향으로 튀는 탄환)에 의한 인명 피해 가능성까지 있다. 사격장에 버려진 총알·포탄 등에는 납과 구리, 안티몬, 수은, 니켈 같은 해로운 물질도 존재한다. 이것들이 부식·방출되면 토양을 오염시키고, 먹이사슬을 통해 동·식물계는 물론 주민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 유탄(폭발물이 충전된 탄환) 파편에 의한 화재도 심각하다. 주민 안전을 위협하고,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앗아가며, 파괴된 산림도 회복되려면 수십 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러한 화재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지난달에는 강원도 철원에서 포사격 훈련 도중 산림 1만㎡를, 지지난달에는 포천에서 예광탄 파편이 불무산에 떨어지며 1만5천㎡를 태웠다.

 그리고 지난주에는 강화군 진강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임야 50만㎡를 태우고 18시간 만에 진화됐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해병대 1천400명과 소방인력 320명, 강화군청 100여 명 등 진화인력 2천600여 명과 소방헬기 13대, 소방차 39대, 진화차 16대가 투입돼 불을 껐으며,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산불은 일단 발생하면 피해 규모가 워낙 커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가항력적인 돌발 사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바, 초기에 진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군인들 스스로도 기본적인 소방 교육 및 이와 관련한 비상시 대처능력을 갖춰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번 사고는 두 가지 다 미흡했기에 피해가 커졌고, 때문에 본보 보도(3월 15일자 제19면)처럼 군 사격장 폐쇄 논란으로까지 확산된 것 아닌가 싶다.

 산림청의 ‘2018년 산불통계 연보’에 따르면 봄에만 303건(총 건수의 62%)이 발생해 712만㎡(총 피해 면적의 81%)가 불에 탄 것으로 나타났다. 습기 없는 맑은 날이 지속되고, 겨울 동안 쌓인 낙엽이 산림에 남아 있는데다 봄바람까지 도와주기 때문이리라. 상황이 이러하다면 건조함과 바람, 불쏘시개로 가득찬 봄철만큼은 ‘사격 훈련 시기를 조정하는 식으로 조금만 탄력적으로 운영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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