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학훼밀리가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에 기증한 ‘연행노정기’.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 제공>
▲ ‘실학훼밀리’가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에 기증한 ‘연행노정기’.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 제공>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은 전국 실학자 후손들의 모임인 ‘실학훼밀리’로부터 중요한 실학 선현의 유물을 기증받았다고 17일 밝혔다.

실학훼밀리는 전국 실학자 후손과 실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실학박물관 개관 이래 실학 현양 사업을 위한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 왔다. 다산 정약용, 연암 박지원, 반계 유형원, 성호 이익 등 대표 실학자들의 종손을 비롯해 모임의 취지에 뜻을 같이 하는 회원 1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실학박물관이 ‘실학훼밀리’로부터 기증받은 유물은 총 11점이다.

대표 유물은 조선후기 사신들이 중국으로 가는 노정을 기록한 「연행노정기(燕行路程記)」이다. 해로사행의 첫 번째 시도였던 광해군14년(1621년)의 바닷길을 이용한 사행 루트를 기록하고 있다.

후금이 북쪽 요동을 점거하자 조선과 명나라는 바닷길을 통해 서로 왕래했다. 해로사행은 1621년 유간(柳澗) 일행부터 1637년(인조15년) 김육(金堉) 일행까지 모두 20여 차례 이뤄졌다. 해로사행의 기록은 몇 점의 그림으로는 확인되지만 서첩의 형태로 전하는 유물은 매우 드문 형태이다.

노정기 앞면에는 서해 바다에 위치한 광록도(廣鹿島)·삼산도(三山島)·평도(平島)·용왕당(龍王堂)·황성도(皇城島)·묘도(廟島), 뒷면에는 석다산(石多山)·단도(椴島)·동우도(東牛島)·소장자도(小獐子島)·대장자도(大獐子島)·록도(鹿島)·석성도(石城島)·장상도(長上島)에 관한 기록이 있어 지리에 대한 사료로서도 가치가 크다.

이와 함께 명치4년(1871년)에 일본에서 제작된 ‘지구만국방도(地球萬國方圖)’는 매우 정교하게 제작된 세계 각국의 정보를 별도의 도표로 표기한 근대 세계지도이다.

또 조선후기 수령이 지녀야 할 정신자세와 백성을 다스리는 요체를 기록한 「목민서(牧民書)」가 있다. 조선후기 다양하게 간행된 목민서류의 하나이다.

이 외에도 실학훼밀리는 홍만선의 「산림경제(山林經濟)」, 정학연의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일본에서 간행된 이중환의 택리지 이본인 「팔역지(八域誌)」, 박지원의 열하일기 11권에 수록된 「도강록(渡江錄)」, 박제가와 유득공, 이서구와 이덕무 등이 시를 엮은 「사가시(四家詩)」, 조선후기 풍수지리 서적인 「격치(格致)」 등을 기증했다.

이들 유물은 향후 실학박물관에서 연구 작업을 거쳐 전시를 통해 관람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실학박물관 관계자는 "경기 개혁정신을 대표하는 실학문화를 현양하기 위해서는 선현들의 정신을 담은 유물의 확보가 가장 우선돼야 한다"며 "이러한 유물의 확보는 박물관 차원의 노력과 함께 실학훼밀리와 같은 민간의 기증과 기탁 노력이 함께 할 때 그 성과가 배가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박노훈 기자 nhp@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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