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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가로수로 심기 좋은 나무가 없을까요 라고 사람들이 물어오지만 내겐 새로운 답이 없다. 어느 나무가 좋다기보다는 가로수가 심어지는 공간에 맞는 기본 조건만 갖춘다면 어떠한 나무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롭고 쌈박한 수종을 기대했던 질문자들의 표정은 난감함으로 굳어진다.

가로수가 심어지는 공간이 넓으면 플라타너스나 느티나무, 메타세쿼이아, 중국단풍 등이 좋고 공간이 상대적으로 좁으면 은행나무, 벚나무, 이팝나무, 느릅나무, 단풍나무 등이 좋을 것 같다. 공간이 넓다고 해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혼잡한 곳에는 큰 나무보다는 작은 키의 나무나 폭이 좁은 나무가 좋을 것이고 나무를 심는 간격도 규정보다 더 넓게 띄어 심어도 좋을 것이다.

20여 년 전인 1995년 인천시의 가로수 현황을 보면 은행나무가 47%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플라타너스였다. 이 두 종의 합이 약 70%로 심하게 편중돼 있었고 그 다음은 느티나무, 중국단풍, 목백합, 이태리포플러, 현사시나무 등이 높은 비율을 보였다.

20년 후인 2015년에는 은행나무의 주수는 여전히 증가했지만 전체 비율은 23%로 급격히 감소했다. 즉, 가로수를 심을 지역은 확대됐지만 은행나무에 대한 선택이 현저히 감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플라타너스는 주수와 비율 모두에서 감소한 것으로 볼 때 협소한 도로 환경에서 대형목으로 자라는 플라타너스가 부적합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비율이 증가한 나무는 자생종인 느티나무, 꽃이 좋은 벚나무, 수형이 멋진 메타세쿼이아, 좁은 공간에 적합하고 꽃이 좋은 이팝나무 등이다.

과거엔 많이 식재됐으나 최근에는 거의 심어지지 않은 나무는 이태리포플러, 현사시나무, 능수버들, 은단풍 등이 있다. 이 나무들은 벌레가 많다거나 알러지를 유발하는 종모를 날린다거나 태풍이 오면 넘어지거나 잘리어 재난을 유발하는 등의 이유로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5년 기준으로 인천시에서 가로수로 심어지는 수종은 39종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종이 추가될 수도 있겠지만 그럴 확률은 높지 않다고 생각된다. 지금까지 식재됐던 수종 중에서 공간의 특성, 나무의 특성, 시민의 선호에 따라 선택될 것으로 보인다.

가을마다 강력한 냄새로 뉴스거리를 제공하는 은행나무는 암나무를 제거해 달라는 민원으로 일부 감소하겠지만 수나무를 중심으로 식재 주수는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은행나무가 가진 장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느티나무는 자생종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대형수종이기 때문에 넓은 식재공간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증가세는 감소할 것이고 플라타너스는 오래된 나무가 많고 식재된 공간이 협소한 경우가 많아 다른 수종으로 빠르게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의 시목인 목백합은 인천시가 의도적으로 많이 식재했으나 플라타너스와 같이 오래된 나무가 많고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다른 수종으로 대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메타세쿼이아는 아름다운 수형으로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수종이나 이 수종 역시 넓고 높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선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식재 용지를 찾기가 쉽지 않아 크게 증가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벚나무와 이팝나무는 시민들의 선호도가 높아 2015년 기준 16%와 10%가량이 식재됐는데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조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타 수종으로 수형이 크지 않아 좁은 공간에 심을 수 있고 관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수종인 단풍나무, 복자기나무, 느릅나무, 산딸나무, 팥배나무, 꽃사과, 살구나무, 매화나무 등이 있는데 토양관리, 전정관리 등을 잘 해준다면 잠재성이 큰 수종으로 판단된다.

지난 20년간 수많은 가로수가 우리 도시환경에 맞춰 증감을 해왔지만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면서 관리를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종을 찾으려는 우리의 욕심에 100% 맞는 종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가로수를 심고 지극 정성으로 가꾸고 장애 요소들을 줄여준다면 어떤 수종도 가로수로 가능할 것이다. 가로수에 너무 심한 잣대를 들이대기보다 우리가 가로수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면 더 좋은 가로수가 우리 주변에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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