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혜와 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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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사연 인천문인협회 회장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면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는 속담이 있다. 모 약국에 손님이 들어와 속이 거북하다며 소화제를 찾았다. 손님은 약을 건네받자마자 바닥에 쓰러졌다. 약을 복용하기 전에 쓰러졌으니 망정이지 한 모금이라도 마셨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손님이 피로회복제 드링크를 마시고도 사망해 골치를 썩이던 선배 약사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약사는 119에 신고한 후 소방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시키는 대로 했다. 환자를 바로 눕히고, 고개는 옆으로 돌려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하고, 심폐소생 압박 15회마다 인공호흡 2회를 실시했다.

 심폐소생술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심장은 가슴 왼쪽이지만 압박하는 부위는 가슴 중앙이었고, 체중을 두 손에 실어 가슴뼈가 부러질 정도로 온 힘을 다해 누르라고 했다.

 다행히 소방대원들이 빨리 도착했고 그들은 전기 충격기까지 동원해 멈췄던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이마에 맺힌 땀을 흰 가운 소매로 닦아내는 약사에게 소방대원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힘들여 살려 놓지만 간혹 심폐소생술 시행 중 환자의 가슴뼈가 골절됐다며 고발하고 민사소송까지 하는 환자도 있답니다."

 혹시나 가슴을 졸이고 있는 약사에게 병원으로 실려간 환자의 가족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가슴뼈가 골절됐지만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약사는 또 한 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참고로 심혈관질환에 문제가 생기면 소화불량을 느끼며 소화제를 찾고, 어깨통증(방사통)으로 어깨를 주무르는 경향이 있다.

 서울에 사는 수필가 동호인 한 분은 마라톤을 하던 중 심장마비로 쓰러졌다가 살아났다며 심폐소생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분에게 물에 빠진 걸 건져주었더니 보따리 달라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늘 행운의 여신이 함께 하시길.

# 우는 아기에게 젖 준다

 지난 2월 21일 오후, 인천지하철 2호선 운연역 앞에서는 남동구청에서 마련한 ‘현장에 답이 있다. 찾아가는 현장 소통의 날’ 행사가 있었다. 이 행사는 이강호 남동구청장이 1일 동장 역할을 통해 지역 주민과 대화를 통해 민원을 청취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이날 민원은 운연역에서 시흥시 신천동 접경까지 12m 도로를 개통해 달라는 내용으로 20여 명의 주민들이 참석했다. 이 도로는 1995년 4월 6일에 인고 제95-63 도시계회시설(도로)로 최초 결정됐다. 이어 2017년 3월 23일에 도시계획도로 집행계획 등을 인천시가 시흥시와 협의했고, 4월 14일에 시흥시로부터 노선변경 및 개설 계획 없음 내용으로 도시계획도로 집행계획 회신을 받았다. 그해 6월 1일, 교통성을 분석해 계획 폭원 12m, 왕복 2차로가 적정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9월 7일에는 기본 및 실시 설계 용역 시행에 들어가 2018년 12월 31일에 준공키로 했었다. 그러나 2018년 8월 24일, 2018년 시비 보조금 65억2천900만 원을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았고 2019년 2월 7일, 2019년 제1회 시 투자 심사(100억 이상 사업) 대상이 됐다. 이날 설명회에서 남동구는 올해 12월에 도로구역 결정 고시를 하고, 상반기에 예산확보 및 행정절차를 이행해 2020년 3월에 공사를 착수해 2022년 12월에 준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시의 자금난으로 예산 집행이 어려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솔직한 현실을 토로했다. 이 도로는 12m 폭으로 남동구 구간은 900m이며 1단계는 490m로 사업비 88억5천100만 원이 소요되며 그 중 보상비는 74억6천만 원, 2단계는 410m로 사업비 68억3천900만 원 중 보상비는 52억4천700만 원을 차지한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주민들과 공장 입주자들은 폭발 직전의 분통을 애써 잠재우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정부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예비타당성 조사조차 하지 않고 전국 방방곡곡에 24조 원이란 천문학적 국고를 풀면서 143억 원이 소요되는 지방 도로건설엔 25년이 지나도록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우는 아기에게 젖 주는 세상이니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인천시청과 남동구청을 방문해 궐기대회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을까. 민심을 저버리면 세상인심은 정부를 등진다는 사실을 위정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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