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지금 과거와의 전쟁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중략>… 본인들 마음에 안 드는 역사적 인물에 대해서는 친일이라는 올가미를 씌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결국 우파는 곧 친일이라는 프레임을 통해서 앞으로 이 정부의 역사공정이 시작되는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해방 후에 반민특위로 인해서 국민(국론)이 무척 분열했던 것을 모두 기억하실 것입니다. 또다시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난 14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귀를 의심할 정도로 믿기지 않지만 해당 발언은 분명 나 원내대표의 입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김정은 수석대변인’, ‘의회 쿠데타’, ‘반민특위 국론 분열’, ‘게슈타포’로 이어지는 망언 퍼레이드는 현재 진행형이다.

 발언의 파장은 일파만파 번지는 형국이다.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과 역사학계, 독립유공자단체 등이 강하게 반발하는 건 당연지사다. 민주평화당은 ‘토착왜구’라며 나 원내대표를 정조준했다. 문정선 대변인은 "국민을 분열시킨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친일파들이었다"며 "실패한 반민특위가 나경원과 같은 국적불명의 괴물을 낳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지하다시피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는 1948년 10월 반민족행위처벌법(반민법)에 근거해 친일파의 반민족 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제헌국회에 설치된 특별기구다. 반민특위는 친일 부역세력들의 강력한 저항과 이승만 정권의 방해공작으로 설치 1년여 만에 좌초됐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국론 분열의 원인은 반민특위 때문이 아니라 친일 청산을 막기 위한 이승만 정권과 친일파의 방해 공작 때문이었다는 게 역사학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반민특위의 실패는 결국 현재까지도 친일세력이 한국사회의 지배세력으로 군림하는 길을 열어 준 뼈아픈 역사다.

 ‘과거사 청산의 답은 프랑스에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프랑스는 나치 부역자들에 대한 단죄가 엄혹했다. 35만 명을 조사해 12만 명 이상을 법정에 세웠다. 이 가운데 1천500여 명을 처형하고 3만8천여 명을 수감했다. 74년이 흐른 지금도 나치 부역자들을 추적하며 처벌을 멈추지 않고 있다. 나 원내대표의 사고체계대로라면 프랑스는 지금쯤 국론분열로 갈기갈기 찢겨야 옳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