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인터넷 육아 커뮤니티에서 ‘신의 손’이라 불리는 의료인이 있다. 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의 산부인과 전문의 고영채(64)과장이다.

인구 감소, 경영난, 근무환경 문제 등 여러 이유로 분만산부인과가 사라지고 있는 요즘, 포천병원은 경기북부의 몇 곳 없는 ‘분만이 가능한’ 공공의료기관이다. 고 과장은 1988년부터 지금까지 30년간 포천병원 산부인과를 지키며 포천 및 경기북부지역 아기의 탄생 순간을 함께 해 왔다.

제주도 출신의 고 과장은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포천시 신북면 맹호부대에 군의관으로 온 것이 계기가 돼 포천과 연을 맺게 됐다. 1980년대 말, 신생아실도 없던 열악한 의료환경 속에서 그는 분만 파트를 꾸려 산부인과의 전체적인 체계를 바꿨다.

고 과장의 이러한 노력 덕에 포천병원의 자연분만율은 전국 지방의료원 중 가장 높다. 2010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고 과장이 지금까지 받은 신생아는 약 1만7천 명이다. 분만이 많을 때는 월 100명 이상의 아이를 받기도 했다.

포천 엄마들 사이에서는 ‘포천 아이 중 절반은 고 선생님이 받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고 과장의 도움으로 태어난 아기가 성인이 돼 다시 그의 손을 빌려 아기를 낳은 일도 많다고 한다.

돌발 상황이 많은 산부인과 특성상, 고 과장에게는 휴일이 없다. 아기가 태어나려 하면 시간이 언제든, 무엇을 하고 있든 바로 분만실로 뛰어간다. 퇴근 후 갑작스러운 출산 호출로 자택인 의정부에서 포천까지 세 번이나 왕복한 일도 있다.

고영채 과장은 "의사로서 배운 대로, 사심 없이, 환자 입장에서 가장 좋은 치료법을 찾아 더 나은 진료를 계속해 나가고 싶다"며 "생명 탄생을 함께 하는 귀한 일이니 만큼 훌륭한 인적 자원이 더욱 확보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포천=박덕준 기자 pdj3015@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