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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남례 인천여성아너소사이어티클럽 회장
계절의 변화는 예년과 다름없이 벌써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추운 겨울에는 소외계층을 위한 성금 모금이 어느 정도 관심 속에 이뤄지고 있으나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인권조차 누리지 못한 채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홀몸노인이나 장애인, 소년소녀 가장 등 사회적 빈곤계층이 여전히 많다. 그들의 생활은 남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인간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인권은 인간이 살아가며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이다. 그 권리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의식주 생활을 영위하며 살고자 하는 욕구와 그것을 충족시킬 권리일 것이다. 이처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 인권을 지키기 위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약자들을 돕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최근 세계 여자골프 랭킹 1위에 오른 박성현 프로에게 빼놓을 수 없는 수식어 중 하나가 기부 천사다. 박성현은 세계 1위 복귀를 기념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서울 사랑의 열매’에 1억 원을 기부했다. 201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사상 신인 최초로 세계 1위에 올랐을 때도 1억 원을 쾌척했으며, 이외에도 크고 작은 기부금을 전달해 왔다. 개인 고액 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인 박성현 프로의 선행은 물론,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힘든 삶을 영위하고 있는 이웃을 위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들의 기부 행렬이 아름답다.

 물론 가진 자가 자신의 부를 나눠서 사회의 빈곤 계층 사람들을 돌보는 일은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가진 게 많다고 해서 누구나 나눔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나눔은 소유의 많음에 있기보다 마음의 넉넉함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음의 여유,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만이 나눔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면 끊임없이 더 주지 못해 애타하듯이 나눔은 물질의 과다의 문제가 아니라 관심과 사랑의 문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무관심이다. 오늘날 우리 주변을 보면 부모에 대한 무관심이나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무관심뿐 아니라 자신의 일 외에는 전혀 남을 돌보지 않는 무관심이 만연해 있다. 이처럼 무관심 속에 방치된 채 힘들어 하는 이웃들이 숱하게 많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갈수록 삭막해져 가고 있다. 각박한 삶 속에서 마음은 병들고 이웃을 돌아 볼 여유조차 남아 있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이처럼 척박한 환경에서 과연 누가 이웃에 관심을 갖고 나눔의 삶을 살 수 있을까.

 나눔은 갖고 있는 것을 나눠 주는 실제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나눔의 삶을 산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 가운데 가진 게 적어서 소액으로 기부해도 도움이 되는 것인지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적은 금액이라 괜히 망설여지고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나눔에 있어 크고 작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적은 돈이라도 모이고 모이면 큰 기적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과수원에서 열매를 딸 때 다 따지 않고 꼭대기에 있는 것은 남겨 두는 데, 그것을 ‘까치밥’ 이라고 한다. 새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까치밥을 남겨 두는 것처럼 각자가 속한 지역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당장 시작하는 것이 바로 나눔이다.

 요즘 유행하는 소확행이란 말이 있다. 일생을 살면서 성취가 불확실한 행복좇기에 연연하기보다는, 일상에서 작지만 성취하기 쉬운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을 의미한다. 바쁜 일상에서 작은 일이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적은 돈으로도 확실하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기부에 동참하자.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즐거움은 말로만으로는 가질 수 없다. 단 몇 푼이라도 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놓는 것이 참여의 기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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