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신.jpg
▲ 이선신 농협대학교 부총장
3월이 되면 각급 학교는 분주해진다. 특히 어려운 경쟁을 뚫고 입학한 신입생들이 오가는 대학캠퍼스에는 더욱더 활기가 넘친다. 새로운 꿈과 희망으로 가슴 벅찬 신입생들의 모습을 창밖으로 내다보자니 40여 년 전 나 자신의 모습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새로 만난 교수님, 학우들을 대하며 약간 들뜨기도 했고 과연 대학 교육은 초·중·고 교육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고 설렜다. 이후 세상과 대학이 참 많이도 변했는데, 이 급변하는 시대에 대학은 학생들에게 과연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다섯 가지 점을 제시해 본다.

 첫째, 양질의 지식을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흔히 21세기를 ‘지식기반사회’라고 일컫는다. 사회의 운영과 발전이 ‘지식’을 토대로 이뤄진다는 점을 특징적으로 지적한 말이다. 그러나 ‘지식’은 21세기가 도래하기 전에도 역시 중요한 가치를 지녔다. 다만, 지금의 디지털 시대에 있어서는 과거의 아날로그 시대보다 훨씬 더 지식 역량이 중요하게 됐다. 그래서 요즘엔 ‘지식근로자’라는 말도 통용된다. 세상엔 지금 지식과 정보가 넘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지식을 체계화하고 구조화해서 습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지식창출 능력을 배양하도록 해야 한다. 기존의 지식을 습득할 뿐 아니라 이를 더욱 발전·개선시키고 나아가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판능력’을 키워 기존 지식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토록 해야 한다. 학문과 사회 발전은 건전한 비판을 통해 이뤄진다. 요즘 대학에서는 ‘취직’만이 대학교육의 목적인 것처럼 직업활동 수행에 당장 필요한 단편적 지식, 기술 전수에 지나치게 치우치고 있는데 이를 탈피해야 한다. 세상이 급변하기 때문에 대학 졸업 후 몇 년만 지나면 대학에서 배운 지식이 소용없게 된다는 말조차 있다. 따라서 평생에 걸쳐 꾸준히 학습하고 지식을 창출하는 태도와 능력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지식 탐구의 열정과 인내심을 키워 지적 호기심과 자극을 추구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다수 배출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협력능력을 배양하도록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사회 각 부문의 ‘융합’이 중시되는 시대가 왔다. 최근 중국·일본이 미국·러시아의 뒤를 이어 우주개발 기술을 비약적으로 키워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분야에서는 특정 분야의 지식인 몇 사람만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 즉,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들의 협업체제가 필수적이며, 지식인 간의 협력(cooperation, collaboration)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협동의 미덕을 함양하도록 해야 한다. 어떤 한 사람이 아무리 뛰어난 지식인이라 하더라도 다른 지식인들과 협력하지 못하면 큰 성과를 이뤄내기 어렵다. 이기적인 엘리트는 사회에 공헌하기보다 해악을 끼치는 사례가 많다.

 넷째, 정의감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대학생은 대체로 순수하고 정의롭다. 이들이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키워 성공적인 인생을 살게 하고 나아가 국가 발전을 이룩할 동량(棟梁)이 되도록 해야 한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현혹되지 않고 의(義)를 지향하는 기상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이른바 ‘스튜던트 파워(student power)’가 역사 발전의 계기를 제공한 사례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다섯째, ‘자유’와 ‘자율’의 가치를 만끽하도록 해야 한다. 대학교육의 특성은 바로 ‘자유’와 ‘자율’에 있으므로, 학생들이 이를 통해 자기주도적인 학습 태도를 갖도록 해야 한다. 우리 헌법은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을 규정하고 있다(제22조 제1항, 제31조 제4항). 내가 대학을 다녔던 1970년대 후반에는 정부가 지정한 ‘금서(禁書)’가 있었기 때문에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없었다. 또한 대학에는 항시 경찰 정보과 형사, 중앙정보부, 보안사 등의 기관원들이 학생들의 동태를 감시했다. 지식인과 학생들을 숨 막히게 하는 암울한 환경이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