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학교가 구입하는 일본 전범기업 제품에 인식표를 붙이도록 하는 경기도의회의 조례 제정 움직임에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전범기업에 대한 관계 법령이 부재하고, 제품 불매로 오인될 소지가 적지 않다는 판단 등에 따라 조례안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도의회는 20일 황대호(민·수원4)의원이 낸 ‘경기도교육청 일본 전범기업 제품 표시에 관한 조례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한 입법예고가 종료됨에 따라 접수의견을 최종 취합했다.

이 조례안은 도내 학교에서 사용하는 빔프로젝터, 카메라, 복사기 등 물품 중 일본 제국주의 시대 전범기업의 제품에 인식표를 부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접수된 의견들에 따르면 해당 조례안 집행기관인 도교육청은 입법예고 과정에서 "취지는 동감하지만 상위 법령 미비 등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검토의견서를 도의회에 제출했다.

도교육청은 전범기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고 전범기업의 생산 제품에 대한 실태조사 자료도 부재한데다, 인식표를 부착하게 될 경우 제품 불매로 오인될 가능성이 커 손해배상 소송 등의 문제에 직면할 것을 우려했다. 또 전범기업에 대한 조사 등 관리주체는 정부 및 지자체 소관으로, 도교육청만을 대상으로 한 해당 조례안을 수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수용 불가 의견을 전달했다.

이재정 교육감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일 외교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측에서 먼저 입장을 정해야 한다"며 "이런 이야기가 조례보다도 국민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식표 부착이 제품 판매·납품업체 등에 미칠 영향을 감안, 경제적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A시 사업장에 근무하는 한 프린터 판매 담당자는 입법예고 의견 접수를 통해 "수많은 한국의 판매직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이 놓여진 경제적 상황을 무시하는 견해에 실망감이 들었다"며 "저희가 정당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부분까지 잘못됐다고 표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킨다는 것은 일반 중소기업 직장인들에게 날벼락을 주는 행태"라고 호소했다.

해당 조례안의 심의를 맡게 된 도의회 제1교육위원회는 21일 위원장·부위원장 회의를 통해 오는 26일부터 열리는 제334회 임시회 조례안 상정 여부, 상정 시 심의일자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남궁진 기자 why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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