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중국인 관광객과 소무역상으로 북적거리는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 내 대합실. 한쪽 벽면 게시판에는 각종 포스터들 사이에 A4용지 크기의 ‘신원 미상 변사체 수배’ 전단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전단에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시신 한 구가 2018년 11월 1일 오후 2시께 평택항 내항관리부두 인근 해상에서 표류하는 상태로 발견됐다는 내용과 신장, 체형, 상·하의가 중국 상표라는 등 특징이 쓰여 있었다. 담당형사팀 전화번호 밑에는 ‘평택해양경찰서장’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수배 전단의 출처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전단에는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은 시신 얼굴 사진과 속옷 하의를 입은 시신의 엉덩이 부위 사진이 그대로 담겼다. 여객터미널에서 수배 전단을 보고 있던 한 중국인 소무역상인은 "죽은 사람 얼굴을 이렇게 게시판에 붙여 놓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옷에 중국 상표가 있어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니까 저렇게 붙였지, 한국인이었다면 유족에게 항의받을까 봐 게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정을 알아보니 평택해경은 지난해 11월 1일 변사체가 발견되자 3일 뒤인 4일 수배 전단 80장을 만들어 평택항 동부두 및 서부두 운영사와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 선사 대리점 등 항만업계 관계자들에게 나눠 줬다. 이 과정에서 전단을 받은 여객터미널 한 관계자가 게시판에 전단 한 장을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평택해경 측의 해명이다.
해당 변사사건은 결국 시신 발견 5일 만인 11월 6일 변사자의 유족이 중국대사관을 통해 평택해경에 연락을 해 오면서 시신의 신원이 확인됐다.
평택해경 관계자는 "신원 조회가 됐다면 전단 배포가 필요없었겠지만, 외국인이다 보니 신원 확보가 우선적이란 판단 하에 전단을 배포하게 됐다"며 "인권침해 소지가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고, 앞으로는 조금 더 신중히 판단해 신원 확인을 하겠다"고 말했다.
평택=김진태 기자 kjt@kihoilbo.co.kr
김재구 기자 kj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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