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많이 쓰인다. 역사왜곡을 밥 먹듯 하는 이웃나라 일본에게 많이 쏟아내는 말이지만 요즘은 그 말이 우리를 향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바로 우리가 사는 인천의 얘기라서 더 그렇다.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로 인천은 자랑스러운 독립의 역사를 안고 있는 도시다. 임시정부를 이끌며 독립을 앞당긴 대표적인 인물인 김구 선생이 인천에서 고난을 겪으며 독립운동가로 변신한 도시다. 또 많은 시민들이 일제의 삼엄한 경계를 뚫고 목숨을 건 3·1만세운동에 나선 것은 물론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의 단초가 된 한성임시정부를 기초한 곳이 인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최근 인천에서 벌어지는 역사왜곡은 무지를 넘어 한심하다는 생각이다. 얼마 전에는 인천문화재단이 제대로 된 고증 없이 ‘인천 역사달력’을 만들어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난을 받더니 이번에는 인천관광공사가 그 뒤를 잇고 있다.

공사는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인 ‘여행은 인천이지’에 ‘김구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인천 독립운동길’ 영상을 올렸다. 시도는 좋았다.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산실인 인천의 독립운동 콘텐츠를 많은 관광객들이 접할 수 있도록 백범 김구 선생과 인천의 인연, 그리고 인천의 독립운동 등을 담았다. 하지만 영상 속에 소개된 ‘만국공원’은 조선총독부 청사가 자리한 서울 남산 왜성대 바로 위쪽에 있는 ‘남산공원(일명 왜성대공원)’이었다.

또 인천공립보통학교(현 창영초)의 독립만세운동일은 1919년 3월 6일인데 3월 8일로, 인천공립보통학교를 인천보통공립학교로 잘못 적었다. 이미 고종 황제가 인천감리서로 전화가 아닌 전보를 보내 김구 선생의 사형 집행을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던 사실이 여러 차례 고증됐음에도 고종과 전화기가 함께 있는 사진을 영상에 넣었다. 이 정도면 실수를 넘어 역사의 무지를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좋은 의도로 만든 창작물을 갖고 역사왜곡이라고 하는 것은 과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대중들이 접하는 창작물에서 다루는 역사는 더 신중해야 한다. 역사인식이 완성되지 않은 이들에게 향하는 왜곡된 역사가 사실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역사적 퇴행을 막기 위해서도 좀 더 명확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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