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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겸 시인
요즘 시장이나 동네 마켓에 가면 쌀값 오름 현상이 심상치 않다. 경기미 상품 소비자 가격이 10㎏에 3만8천 원이니 관습적으로 통용되는 80㎏짜리 쌀 한 가마니로 환산할 경우 약 30만 원이다. 물론 브랜드화 되지 않은 중질미의 경우는 보통 26만 원에 거래되고 있어 예년에 비해 비싸지만 작년 추곡 수매가에 비교하면 외형상 엄청 폭등한 가격이다. 지난해 추곡 수매 시 정부가 농협을 통해 사들인 공공비축미 가격은 조곡(벼) 2등급 가격 기준 40㎏ 한 포당 6만4천170원이었다. 매입한 조곡을 도정률 70%로 도정을 하게 되면 약 28㎏의 쌀이 나온다. 이를 80㎏ 한 가마니로 환산할 경우 약 18만4천 원이 된다. 다시 말해 추곡수매 당시 농민들이 농협에 매출한 쌀값은 한 가마니에 18만4천 원인 것이다. 그런데 4개월 정도 지난 현 시점에서 소비자 가격이 26만 원이라니 이것은 분명 중간상인이 폭리를 취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도정공장의 농간인지 도매상의 횡포인지 그 원인을 밝혀 생산 농민과 소비자가 더 이상 피해를 보아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정부 당국은 이러한 현실에 대해 아는지 모르는지 쌀값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하다.

 국회의원과 정부는 오직 표장사가 잘되는 제반 복지 정책과 청년 일자리 등에만 집중 할 뿐, 이제 농민들에 대한 관심은 점점 멀어지는 듯하다. 표밭이 풍년이면 그와 관련된 정책도 풍년일 텐데 우리나라 인구 대비 5%도 안 되는 약 242만 명의 농가인구가 정치인들의 눈에 보일 리 없다. 그나마도 농촌 출신 국회의원들이 여러 가지 농촌에 대한 정책을 고군분투하며 내놓았지만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에 불과하다. 더욱이 농촌을 소외시키는 원인 중의 하나는 국민 1인당 쌀 소비량 감소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쌀 소비량조사 결과’ 지난해 우리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69.5kg으로 전년 대비 1.4kg 감소했다. 여기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의 식량인 쌀에 대해서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의 우량 공산품 생산과 수출 확대로 외환보유고를 아무리 높이면 무엇하겠는가. 식량생산에 있어 자생력을 잃었을 때 식량보유국에서 팔 수 없다고 할 경우 어떤 사태가 벌어질 것인지 상상해 봤는가. 우리는 경제학적 논리와 산업구조상 비교우위론을 곧잘 거론한다. 이 논리에 의해 농업의 생산 부문을 외면하고 농업기반을 훼손할 경우 식량조달에 있어 위기가 봉착될 것이며 손실된 농업 기반시설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 재원이 필요할 것이다.

 농업정책을 단순논리로 곡해해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면 그때는 우리나라의 산업 전반이 흔들릴 것이다. 농업은 우리 경제의 뿌리로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농업기반이 무너지면 심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사회적 붕괴의 도미노현상이 일어 날 수 있는 것이다. 흔히 교육정책을 백년대계라 한다. 그러나 이제는 농업 정책이야말로 백년대계이다. 농지정책에 있어서도 쌀 전략 산업과 농지 보존책의 일환으로 무조건 농림지역으로 묶어 놓고 농민들만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이론식 정책이 아닌 농민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보상적인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한 예로 요즘 ‘쌀 변동 직불제 폐지를 반대’ 하기 위해 전국의 농민들이 상경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쌀 변동 직불제는 2005년 추곡수매제가 폐지되면서 농민들에게 보상적 차원에서 실시한 정책인데 이제 와서 아무런 대안도 없이 폐지를 한다니 농민들로서는 정부에 속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렇게 신뢰성을 잃은 정부의 농업 정책을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이를 회복하려면 농민 대표들을 직접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식량 생산의 안정적 영농을 위해 일정 가격을 보장하는 거시적이고 장기적 안목의 투명한 농업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재원 조달 문제점을 거론할 수도 있다. 그러나 농민들은 이에 대해 단호한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공산품 수출을 위해 우리 농산물을 희생시켰으니 수출액 일부를 영농비용으로 환원하거나 농림지역을 풀어 달라는 극단적 표현도 하고 있다. 농지라도 팔아서 빚을 청산하고 전업(轉業)하겠다는 논리다. 우리의 뿌리인 농촌이 흔들리고 있다. 뿌리가 썩으면 나무는 죽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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