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대북 추가 제재에 대한 철회를 지시했다고 전격적으로 밝혔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일 내에 예정된 제재 단행 방침을 취소키로 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구체적 철회 대상 제재 및 날짜 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호한 트윗' 내용으로 인해 당초에는 전날인 21일 중국 해운사 2곳에 대해 이미 단행된 제재를 하루 만에 철회하는 것으로 미언론들이 보도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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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트로폴 호텔에서 산책하는 김정은·트럼프
(서울=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메르로폴 호텔에서 산책하는 모습. 2019.3.1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30분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에 대한 기존 제재에 더해 대규모 제재가 추가될 것이라고 오늘 재무부에 의해 발표가 이뤄졌다"며 "나는 오늘 이러한 추가제재 철회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WP는 이날 저녁 "트럼프가 가리킨 건 수일 내에 예정된, 사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미래의 제재였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행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기사를 쓴 존 허드슨 기자는 트위터에서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발표된 대북제재를 철회한 것이 아니라 다음 주 발표 예정으로 아직 발표되지 않은 대규모 제재를 취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정부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철회한 제재는 중국 해운사 2곳에 대한 (21일) 제재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앞서 '오늘 발표가 이뤄졌다'는 모호하고 부정확한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이 혼선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무부가 전날 발표한 제재를 가리키려다 '어제'를 '오늘'로 잘못 말한 것인지, 아니면 재무부가 전날 발표 이후 추가적 제재를 하려고 했던 것인지가 불분명했던 것이다.

미 언론들은 재무부가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처음으로 전날 대북 관련 제재를 발표한 이후에 이날 추가로 발표한 제재는 따로 없었던 점 등을 들어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날짜를 잘못 말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그가 재무부가 단행한 대북제재를 하루 만에 번복했다고 보도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 발언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좋아하며 이러한 제재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제재를 가리킨 건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플로리다 팜 비치의 개인 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카리브해 국가 정상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제재 관련 트윗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풀 기자단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대북제재 철회를 지시, 북미 간 긴장을 풀고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에 빠진 비핵화 협상 살리기에 직접 나섬에 따라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강 대 강 대치를 이어온 북미 교착상태가 새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해 입을 연 것은 미국시각으로 지난 14일 밤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기자회견을 통해 핵·미사일 실험 중단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상중단 검토'를 선언한 이후 8일 만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재개한다면 "매우 실망할 것"이라던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길'을 경고하며 대미 압박 수위를 높여온 북한에 추가제재 철회라는 카드를 꺼내 들면서 북한의 대응이 주목되는 등 한반도 정세도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북미 간 긴장이 고조돼온 가운데 김 위원장에 대한 호감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톱다운 대화'를 통해 판이 깨지는 걸 막고 다시 비핵화 협상을 본궤도로 돌려놓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WP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깜짝 발표'에 대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비롯, 고립된 김정은 정권에 대한 경제적 징벌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행정부 인사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핵 협상을 구해내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으로 대북 정책을 둘러싼 행정부 내 불협화음도 다시 한번 노출됐으며, 발표 주체였던 재무부는 물론 백악관 등 정부 인사들도 당혹스러워하는 등 혼선도 빚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표는 전날 재무부의 제재발표 직후 트위터를 통해 환영 입장을 밝혔던 '슈퍼 매파' 볼턴 보좌관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이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발신해온 대북 압박 메시지와도 온도 차가 있는 것이다.

WP는 이날 발표에 대해 "북한 정권에 대해 보다 강경한 태도를 요구해온 최고 참모들과의 균열을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백악관의 대언론 메시지 전략의 실패를 드러낸 대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애매모호한 트윗 표현으로 예정된 제재를 취소함으로써 혼란을 촉발했다. 행정부 내의 정책적 이견에 의해 촉발된 혼란이 대통령의 불분명한 트윗으로 가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어리석은 순진함은 위험하다"며 반발하는 등 국내적으로는 대북 압박 전략 후퇴로 해석되면서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은 북한 측이 남북연락사무소에서 돌연 철수한 이후 몇 시간 만에 나온 것이다. 미언론들도 그 시점에 주목했다.

북측의 조치는 일차적으로는 남북 간의 일이긴 하지만, 미국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처음 대북제재 카드를 꺼내든 지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우회적 '응수'라는 분석이 워싱턴 외교가 안팎 등에서 제기돼왔다.

이처럼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철수 조치가 미국의 제재 움직임에 대한 반발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협상 궤도 이탈을 막기 위해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 부상의 기자회견 이후 트위터 등을 통해 온갖 현안에 대해 '폭풍 언급'을 하면서도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거론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켜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는 사이 미 행정부는 핵·미사일 실험 재개 가능성을 경계, 북한에 경고장을 날리면서도 대화의 문을 열어놓으며 압박과 대화라는 강온 병행 전략을 구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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