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수구하면 송도국제도시나 고층 아파트 등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울 겁니다. 농원마을은 이러한 고층 건물들 사이에 숨은 산 밑의 작은 마을로,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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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아 연수구청 건축과 주택관리팀장은 농원마을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진행하면서 마을 자체가 지닌 공동체를 보존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라고 봤다. 마을을 처음 방문했을 당시 보고 느낀 ‘정(情)’ 때문이다. 마을 정비는 물론 원주민의 정착률을 높이고 주민 간 공동체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등 삶의 질을 높이고자 했다.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청량산 자락에 위치한 농원마을은 당초 열악한 주택 상황 등을 고려해 2000년대 후반 주택재개발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된 곳이었다. 하지만 재개발사업의 사업성 저하와 원주민 이탈 우려 등 주민 반대로 2012년 2월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됐다.

 노후·불량 주거지 정비와 마을 환경 개선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구는 농원마을의 특성과 환경적 여건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사업을 고민했다. 그래서 찾아낸 사업이 바로 ‘저층주거지 관리’를 중심으로 한 주거환경관리사업이다. 마을 특성상 오랜 기간 거주한 주민이 대다수인 만큼 이들의 삶을 통해 만들어진 공동체 문화를 훼손하지 않고도 지역 기반시설을 정비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구는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으로 원도심 활성화는 물론 주민들의 기존 공동체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효율적 정비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박 팀장은 "마을 초창기 주민들이 그대로 거주하고 있어서 그런지 주민 간 단합이 잘 됐고, 사업을 하면서도 필요한 부분에 대해 미리 의견을 모아 제시할 만큼 적극적으로 동참했다"며 "이전까지 진행됐던 ‘철거형 정비 방식’은 자칫 마을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원주민들을 떠나게 만들 수 있지만, 농원마을의 경우 마을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기반시설을 정비해 오히려 떠난 사람들조차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동네"라고 했다.

 마을을 바꾸는 작업인 만큼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인비율이 높아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공사를 시작할 때 "들은 바 없다"며 구청에 따지는 일도 있었다. 그래도 박 팀장은 다른 사업 대상지에 비해 농원마을의 사업 과정은 힘들지 않았다고 자신한다. 높은 정주비율 덕분이다.

 박 팀장은 "세입자들이 아닌 건물 실제 소유주가 대부분이다 보니 사업에 대한 관심과 동참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며 "사업 진행 순서나 방식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주민들도 물론 있었지만, 실제 오랜 기간 거주한 주민분들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마을 발전을 위한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비교적 수월했다"고 돌아봤다.

 그 덕분인지 올해 사업 종료를 앞둔 농원마을 주거환경관리사업의 진행률은 이미 90%에 달한다.

 구는 2014년 농원마을 도로 포장부터 시작해 하천 복개를 통한 마을 산책로 조성, 농원마을 경로당 리모델링 등 주민공동체 활동공간 마련, 폐쇄회로(CC)TV 보완 등 마을 안전 강화, 마을 상징물인 입구 표지석 설치 등 다양한 작업을 벌여 왔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마을 모습이 점차 바뀌자 주민들 역시 스스로 집 내부 및 외부 인테리어를 조금씩 개선하기 시작했다. 현재 마을 이미지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또 다른 개선사업에 동참한 결과물이다.

 박 팀장은 "집 주변이 깨끗하게 변화하니 자연스럽게 집도 예쁘게 꾸미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주민들이 스스로 집 외부에 벽을 덧대 수선하거나 신축하기도 했다"며 "주택 인테리어는 사업비를 받아서 진행한 게 아닌데도 주민들이 많이 동참해 현재의 아기자기한 동네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이제 구는 농원마을에 쓰레기 분리수거장 설치, 소화시설 정비, 마을벽화 조성 등을 실시해 주거환경관리사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재 농원마을에는 쓰레기를 분리수거할 수 있는 시설이 따로 없다. 그러다 보니 마을 입구의 경로당 주차장 인근 도로가 비공식적인 쓰레기 집하장으로 쓰이고 있다. 이는 마을 내 쓰레기는 물론 외부인들의 쓰레기 무단 투기를 유발한다. 또 마을 입구부터 쓰레기가 쌓여 있다 보니 미관을 해치는 동시에 악취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고자 구는 날씨에 상관없이 쓰레기를 배출할 수 있도록 캐노피 형태 집하공간을 조성하고, 마을 평균 배출량을 고려해 악취·폐수가 방지되는 쓰레기 수거함 및 분리수거함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는 2014년 진행된 11차 주민워크숍에서 결정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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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팀장은 "쓰레기 분리수거장 위치는 주민들이 결정했고, CCTV 설치계획과 연계해 무단 투기도 방지하겠다"며 "도시 미관을 위한 담벼락 벽화 사업의 경우 처음에는 보기 좋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 칠이 벗겨지고 색이 바래지면 오히려 지저분해 보일 수 있다는 주민 의견을 반영해 유지·관리가 쉽고 오래 지속되는 방안을 다시 함께 찾고자 한다"고 했다.

 마을 정체성 확보를 위한 작업도 진행된다. 마을 표지석 설치에 이은 ‘도로명주소 개정’ 작업이다. 농원마을로 들어서는 길가에는 2016년 세운 마을 표지석이 자리잡고 있다. 마을에 대한 주민들의 애착심을 높이고, 도로와 건물 뒤에 숨은 농원마을의 위치를 주변 이웃들에게 알리기 위한 구조물이다. 동그란 모양의 표지석에는 농원마을의 간단한 역사가 새겨져 있다.

 반면 여전히 농원마을의 도로명은 ‘동곡재로 160번길’이다. 마을과 연계되지 않은 도로명주소로 아직까지도 농원마을의 존재를 모르는 주민들이 많다. 이미 구는 도로 구간 건물주 소유자 20% 이상의 변경 신청을 받아 도로명주소 심의위원회 의견 수렴과 심의를 거쳤다. 구는 도로명주소 변경 역시 주거환경관리사업 종료와 함께 올해 안께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도로명이 바뀌면 도로 구간 건물번호판도 동질성을 이룰 수 있는 색상과 디자인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박 팀장은 "마을 자체가 이미 예쁜 이름을 갖고 있는데도 ‘동곡재로’라는 도로명 때문에 마을을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제는 ‘농원로’나 ‘농원마을길’ 등 농원마을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이름을 통해 마을을 부각시키고, 주민들도 마을에 애정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끔 도로명주소 개정사업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사진=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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