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원마을은 2010년 전면개량 방식의 재건축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낮은 사업성으로 사업은 불발됐다. 이후 2014년 원도심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주거환경관리사업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주거환경관리사업은 도로 확장 등 물리적인 환경 개선뿐 아니라 주민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통해 마을을 유지·관리하는 사회경제적 개선을 목표로 한다. 재건축과 달리 주민 참여를 통한 종합적이고 단계적으로 마을계획을 수립하는 사업이다. 주민들 스스로가 실행가능한 사업계획과 중장기적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주민 조직을 구성하는 방안이 진행됐다.

 사업은 주민 워크숍을 통한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마을의 해결 과제를 이끌어 내 미래상을 설정하고 여기에 어울리는 마을계획과 방향을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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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원마을 주민들이 모여 총괄평가를 하고 있다.
# 농원마을이 당면한 과제

 ▶기반시설 확충=농원마을은 초창기 33㎡씩 불하된 터에 다른 주택과의 간격이나 외부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자그마한 집들을 옹기종기 지어 채광이나 통풍, 환기 등의 측면에서 주거환경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세월이 지나며 증·개축을 통해 생활공간을 일부 확장하거나 도시가스 등 기반시설이 들어오고, 일부 주택은 전면 개·보수 또는 신축이 진행됐으나 아직도 많은 주택과 도로가 땜질식으로 보수될 뿐이다. 이 같은 상태가 계속되면 주거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커 주민들은 실효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커뮤니티 공간 부재=현재 농원마을에서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은 경로당이 유일하다. 노인들은 일상 모임 공간으로 경로당을 활용하고 있으나 공간이 좁아 많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 역시 마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협의와 의견을 수렴해야 하지만 경로당을 제외한 모임 공간이 없어 가로변에 서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날씨가 궂을 때는 경로당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온전한 회의가 불가능하다. 주민들은 건강한 마을 만들기를 위한 주민 참여 유도와 의견을 수렴하고 토론하는 공간적 확장을 바라고 있다.

 ▶재난 및 범죄로부터의 안전문제=농원마을은 지형적인 탓에 외부에 많이 노출된 곳은 아니다. 그런 만큼 지난 60여 년 동안 주민들은 단순한 이웃이 아니라 가족 같은 분위기의 가족공동체처럼 생활해 왔다.

 하지만 다양한 생활 불편을 안고 있다. 재난과 범죄로부터의 안전문제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길이 있지만 60년 전 그대로다. 이와 달리 집집마다 차가 생겼고, 저녁 때면 4m에 불과한 좁은 길에 차들을 하나둘 주차하면서 소방차나 구급차 등 긴급차량이 진입하기 어렵다. 일부는 2m 이하 골목길이라 차량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가뜩이나 노후 주택이 붙여 있는 마을 구조로 화재사고가 발생하면 큰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또한 예전과 달리 농원마을에는 청량산으로 향하는 외부인들의 발길이 늘어나면서 범죄 발생 가능성 등 주민들의 안전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생활편의시설 미비=농원마을은 도시계획시설이 아닌 사유지인 관계로 체계적인 생활편의시설이 형성되지 못했다. 마을과 여성의광장 사이의 동곡재로와 접한 구역을 제외한 곳은 관리주체도 불분명해 무단 설치 및 매립 등으로 경관과 안전, 각종 위생문제 등이 생기고 있다.

 무엇보다 마을 옆 하천으로 생활하수가 유입되면서 악취와 벌레가 들끓어 주민들의 삶의 질 또한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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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원마을 개선사업에 대한 주민설명회 모습.
# 새로운 공동체마을을 위한 계획 추진

 마을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도출한 주민들은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마을계획을 마련해 추진했다. 마을계획은 기반시설 개선과 마을안전강화시설,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시설 개선 등으로 진행됐다.

 ▶기반시설 개선사업=기반시설은 도로를 포함한 하수, 전기·통신시설 등의 인프라 개선사업과 주민편의시설 확충사업으로 이뤄졌다.

 먼저 노후 도로를 포장해 교통안전 및 마을 경관을 개선하고, 미포장 구간의 도로 신설을 통해 차량 접근성을 높였다. 또한 악취와 벌레 등으로 주민들이 오랫동안 고통받았던 하천에 별도의 하수관로를 묻어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했다.

 그동안 아무렇게나 내다 버렸던 쓰레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쓰레기 분리수거장도 추진하고 있으며, 마을의 흉물이었던 폐가도 철거했다. 마을 전봇대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던 각종 전선들도 정리해 한결 깨끗한 마을 분위기를 만들었다.

 ▶마을안전시설=좁은 도로와 야간 노상 주차로 인한 구급차 및 소방차 진입 어려움으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안전문제로 지적됐지만 당장 도로 폭을 크게 개선할 수 없는 노릇이다. 만약의 사태에 주민들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소화전을 마을 주요 지점에 이설 및 개설해 화재 확산 등의 우려를 해소했다.

 또한 주민들이 제기했던 재난과 범죄로부터 주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CPTED(범죄예방환경설계)를 도입했다. 사각지대 최소화 및 외부 접근로 차단, 범죄 예방 및 사건 발생 시 사후 추적을 위한 시스템으로 CCTV도 증설했다. 기존에는 마을 안 1개와 입구 1개 등 2곳에 설치돼 있었으나 사각지대가 발생함에 따라 3개소에 추가했다.

 ▶마을공동체 활성화 시설=60년 이상 함께 경제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온 고령의 주민들은 마을의 정체성을 높이기 위한 상징물과 도로명 변경 필요성을 제기했다.

 농원마을은 여성의광장에 가로막힌 청량산 초입에 위치해 마을 존재를 외부에서 알기 어렵다. 가뜩이나 마을을 알릴 시설이나 상징물도 없다. 여기에 마을 앞 도로명조차 ‘동곡재로 160번길’이다. 주민들은 마을과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동곡재로가 아닌 ‘농원마을길’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 전까지 ‘농원마을길’이라고 적힌 자율형 건물번호판을 제작해 사용하고 있다.

 마을 입구에는 1.6m 높이의 화강석 상징물을 설치했다. 여기에는 마을 이름과 함께 마을의 역사, 저층주거지 관리사업 진행 과정 등을 담았다.

 무엇보다 마을에 주민 공간이 마련됐다는 점은 향후 농원마을 주민들의 마을공동체 활동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농원마을에는 경로당을 제외하고 주민들이 활용할 시설이 전무하다. 이번 사업 과정에서 경로당을 포함한 마을 커뮤니티센터가 마련돼 1층은 경로당을 비롯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만들어 가는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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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행자 편의를 고려해 새로 시공한 계단.
# 농원마을의 미래상

 ▶마을 역사가 보존되는 마을=농원마을은 한국전쟁 이후 조성된 재건주택 단지로 1958년 실향민들이 집단 거주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신축한 일부 건물을 제외하면 조성 당시의 배치와 공간적 특징은 60여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원형 그대로 보존된 마을이라는 점에서 인천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찾기 어려운 사례로 꼽힌다.

 또한 초기 정착민 공동체가 현재까지 유지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정착 초기 황해도에서 피난 온 10대 소녀들은 청소년기와 중·장년 그리고 노인이 될 때까지 60여 년 동안 함께 생활하며 지금도 마을을 지키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농원마을이 단순한 마을의 역사가 아닌 한국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피난민들의 역사이자 인천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주민들의 이야기와 마을의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은 농원마을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창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마을=농원마을은 지형적인 탓에 외부에 많이 노출된 곳은 아니다. 그런 만큼 60여 년 동안 주민들은 단순한 이웃이 아니라 가족 같은 분위기의 가족공동체처럼 생활해 왔다. 주민들은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통해 조성된 재난과 범죄로부터의 안전시설로 농원마을이 더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마을이 될 것이라는 바람이 크다.

 ▶이웃과 함께 하는 마을=60년 이상 함께 경제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온 고령의 주민들에게는 작은 바람이 있다.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민들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마을계획을 세우기 위해 의견을 나누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며 더 단단해진 주민의 힘을 확인했다. 주민들은 이를 통해 농원마을이 연수구는 물론 인천시와 전국에 ‘이야기가 있는 아늑한 마을’로 알려지기를 기원하고 있다.

 한동식 기자 dshan@kihoilbo.co.kr

사진=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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