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가고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신호가 있다. 바로 청첩장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본격적인 결혼시즌이 시작되는 시기를 앞두고 건네받은 청첩장이 벌써 여러 장이다. 이렇게 청첩장이 한꺼번에 몰리면 축의금 부담도 살짝 들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서로가 나이를 먹어가고 있음을 새삼스레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로 작용하는 것 같다.

 대부분 청첩장을 주는 지인들을 보면 사회생활을 하고 만난 인연들이 대부분이다. 사회 초년병으로서 처음 알게 돼 말 한마디조차 건네기 어색했던 사이였는데 어느새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한 가장을 꾸릴 정도로 어른이 된 것이다. 특히 2년여 전에 결혼하면서 예식장에 서 있는 이제 갓 신혼부부가 되는 이들의 심정을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을 축하해주기 위해 결혼식장에 갈 때면 주책맞게도 눈물을 글썽거리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이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만나 정글 같은 사회에서 살아남으려고 서로 발버둥치는 과정 속에서 쌓아온 전우의식이 잠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면서 결혼 후에도 그들이 진정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울컥 샘솟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나의 결혼생활에 대해서도 돌이켜본다.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기 전에 처음 소개팅을 하고 연애를 시작한 뒤 서로 결혼하기로 약속한 이후부터 이날까지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기억을 더듬어본다.

 결혼한 이후부터는 혼자였을 때보다 정서적으로 삶의 안정감이 더 커졌고 미래와 노후를 체계적으로 준비하려는 자세가 확실히 달라졌다. 반면 이제는 인생의 책임감이 무거워졌고 처가와 본가 등 잘 챙기지 않았던 집안의 대소사를 챙겨야만 하는 위치에 섰다는 점도 결혼이 가져다 준 변화였다. 그동안 아내와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오다 갑자기 한 데 같은 공간에서 살면서 부딪히는 자질구레한 문제부터 성격 차이로 인한 다툼까지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를 통해 가장 크게 배운 것도 있다. 상대방을 나의 틀에 맞춰 바꾸려는 생각을 포기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게 제일 낫다는 점이다. 이를 유념하면서 결혼하는 모든 주위의 친구와 동료 선·후배들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맞이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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