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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인천지역 한 공공도서관의 자료실 구석에서 노숙자로 보이는 한 남성이 신문을 보고 있다.조현경 기자
인천지역 공공도서관이 노숙자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노숙자들이 추위와 더위를 피해 도서관을 찾게 되면서 이용객들이 악취와 소음으로 불편을 겪고 있지만 달리 제재할 방법이 없어서다.

24일 인천시교육청과 공공도서관 등에 따르면 수년 전부터 지하철역이 가깝거나 무료급식소가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 노숙자들이 몰리고 있다. 이들은 도서관 열람실에서 코를 골며 자거나 심지어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고 몸을 씻기도 한다.

A도서관 이용객인 장모(35·여)씨는 "도서관 컴퓨터실에서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는데, 심한 악취가 나 돌아보니 한 노숙자가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었다"며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강의를 듣다 말고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B도서관 이용객인 한모(29)씨도 "도서관 열람실 구석 자리에서 자고 있는 노숙자들을 종종 봤다"며 "냄새가 많이 나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도서관 측은 노숙자들의 출입을 통제할 수 없다.

한 도서관 관계자는 "이용객들의 민원이 온·오프라인에서 빗발치고 있지만 출입 자체를 통제할 수는 없다"며 "날이 추워지면 빨리 따뜻해지기를, 더워지면 빨리 시원해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노숙자들의 출입을 막을 경우 인격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어 도서관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행위가 아니면 강제 퇴관 또는 퇴실이 어렵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도서관마다 청원경찰을 배치하거나 노숙자들을 위한 샤워실 설치, 별도의 공간 조성 등의 대안이 있겠지만 임시방편밖에 되지 않는다"며 "교육청·도서관뿐 아니라 지자체 차원에서 노숙자 문제에 관심을 갖고 관련 기관과 함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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