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공중전화부스를 개조해 만들어진 한 간이 도서관 문이 떨어져 있거나, 책들이 정리가 안 된 채 놓여 있다.  박종현 기자
▲ 폐공중전화부스를 개조해 만들어진 한 간이 도서관의 문이 떨어져 있거나, 책들이 정리가 안 된 채 놓여 있다. 박종현 기자
수원시내 일선 주민센터와 구청이 폐공중전화박스와 로비를 개조해 만든 간이 도서관 및 북카페가 관리 부실과 얌체 시민들의 파손행위로 인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24일 수원시에 따르면 팔달구 A주민센터는 2013년 9월 마을만들기 단체와 함께 폐공중전화부스를 개조한 간이 도서관인 ‘양심도서관’을 설치했다. 양심도서관은 총 3곳에 설치됐는데, 1개소마다 2개의 폐공중전화부스가 사용됐다. 한쪽 부스에는 주민센터의 행정사항을 게시하고, 나머지 부스에는 새마을문고 및 지역주민들에게 기증받은 도서 200여 권을 비치했다.

그런데 취재진 확인 결과, 2개의 부스 중 한쪽의 문이 떼어진 채 방치돼 있는 양심도서관을 찾아볼 수 있었다. 떼어진 부스 안쪽 벽면에 부착된 시정 안내문은 지난해 3월 이후 바뀌지 않은 채였다. 행정 홍보물을 비치하는 진열장에는 대출업체, 음식점의 명함이 가득했다.

다른 양심도서관 역시 양쪽 문이 전부 떼어진 채 방치돼 있어 비바람에 노출된 책들이 쭈글쭈글해진 채 먼지만 수북했다. 부스 안쪽으로는 버려진 유아용 신발이나 가방, 과자상자 등이 널브러져 쓰레기통을 방불케 했다.

지난해 11월 지역주민들이 ‘도심 속 흉물’이라고 민원을 제기하자 이 중 1곳의 양심도서관만 철거한 채 나머지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었다.

인근 B주민센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5년 5월 새마을문고와 함께 폐공중전화부스를 개조해 4개소를 조성한 가운데 한 곳은 200여 권의 도서가 비치돼 있었지만 폐지 노인들이 자주 책을 가져가면서 현재 120여 권도 안 남았다.

나머지 북카페도 책 분실 및 유리문 파손으로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야간에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설치한 LED 전구도 전선이 늘어져 있어 작동 여부조차 의심스러웠으며, 책들이 정리가 안 돼 선반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이곳에는 신간 서적들도 없을 뿐더러 청소가 안 돼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취객으로 인해 유리문이 파손돼 교체하기도 했다.

장안구청도 시민들에게 도서 1천여 권을 기증받아 2011년 1층 청사 로비에 시민과 공직자들이 가까이에서 책을 즐길 수 있는 북카페를 설치했지만 현재는 해당 공간에 차량등록사업소 북수원민원센터 분소가 들어서는 바람에 운영이 중단됐다. 이 정책은 결국 전시용 행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무인 운영되는 만큼 좋은 책은 놓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봄을 맞아 이용자가 늘어날 것을 예상해 새로 책을 비치하고 청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장민경 인턴기자 jm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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