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22일 상부의 지시라는 입장만 전달한 채 일반적으로 철수하고 우리측 직원만이 근무하고 있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정부는 이번 주말 사무소 직원 9명과 지원 인력 16명 등 평소의 두 배인 25명이  연락사무소에 근무하며 김창수 연락사무소 사무처장 겸 부소장 등 다른 근무자들도 25일 개성으로 출근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북한이 22일 상부의 지시라는 입장만 전달한 채 일반적으로 철수하고 우리측 직원만이 근무하고 있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정부는 이번 주말 사무소 직원 9명과 지원 인력 16명 등 평소의 두 배인 25명이 연락사무소에 근무하며 김창수 연락사무소 사무처장 겸 부소장 등 다른 근무자들도 25일 개성으로 출근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북한이 22일 개성 남북연락사무소에서 일방적 철수로 한반도 정세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고민도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가 결렬된 후 북미 간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방안 마련에 부심하던 문 대통령이 또 한 번 큰 고비를 맞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부담스러운 대목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사실상 미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며 처음으로 구체적 조치를 행동으로 옮겼다는 점에서다.

앞서 북한은 지난 15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회견을 통해 비핵화 협상 중단 및 핵·미사일 실험 재개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청와대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 고려까지 시사한 최 부상의 회견 내용이 북미 간 기 싸움을 장기화해 지금까지 끌어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동력을 떨어뜨릴 공산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 부상은 평양에서 연 긴급 회견에서 "미국의 요구에 양보할 의사가 없다"면서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 중단을 계속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김 위원장의 결정에 달렸다"고 미국을 압박했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 고려까지 시사한 최 부상의 회견 내용에 청와대는 즉각적 판단을 자제한 채 북미 간 기 싸움으로 관계가 급랭하는 것을 막는 데 공을 들였다.

일단은 북미 대화 가능성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연락사무소 인력 철수를 결정하면서도 남측 인력의 사무소 철수를 요청하지 않음으로써 여건이 조성되면 대화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추가 대북제재 철회를 지시했다고 전격적으로 밝히면서 문 대통령의 중재역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 된다.

청와대는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 간 비핵화 대화의 교착이 길어질 조짐을 보이던 상황에서 국면 전환의 여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는 와중에도 김 위원장에 대한 호감을 표시한 데 이어 대북제재를 두고 전향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톱다운식’ 해결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둔 것이다.

따라서 청와대로서는 대화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어떻게 이어갈지가 관건이 됐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섣불리 구체적 행동에 나서기보다는 북한의 진의 파악에 주력한 뒤 물밑에서 북미 대화 재개에 필요한 분위기를 다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현 상황의 장기화가 비핵화 국면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떤 형태로든 북측과의 접촉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북미 정상의 확고한 비핵화 문제 해결 의지와 별개로 좀처럼 양측이 이견 해소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면 지난해 판문점에서 개최된 5·26 2차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따라 북미 간 갈등이 현 상황을 야기한 핵심 요인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중재자·촉진자로서의 역할이 더욱 신중하고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봉석 기자 kbs@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