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가 부친의 원수를 갚는다는 이유로 서주를 쑥대밭으로 만들 때였다. 친구인 장막이 여포를 앞세워 조조의 배후를 치니 조조는 하는 수 없이 후퇴해야 했다. 그때 서주를 다스리던 도겸이 죽고 서주 땅을 유비에게 내줬다.

 이 소식을 들은 조조가 분해하며 다시 서주를 공격하려 하자 순욱이 말렸다. "주공께서 중요한 본거지를 잃게 생겼는데 이를 되찾지 않고, 서주 땅으로 진격하는 것은 마치 ‘큰 것을 버리고 작은 것을 취하며 근본을 버리고 보잘것없는 걸 구하는’ 격입니다."

 조조는 이 말을 듣자 서주 진격을 포기하고 여포와 싸웠다. 이리하여 여포를 내쫓고 본거지를 회복할 수 있었다. 흔히 소탐대실, 작은 걸 탐내어 큰 것을 잃는 어리석음에 대한 통렬한 지적으로 사용됐는데 심정적으로 흥분하면 이런 행동을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편법으로도 널리 쓰였다. 핵심은 버리고 지엽적인 것에 매달리는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요즘 성행하는 도시재생사업을 보면 이런 느낌이 드는 걸 어쩌랴.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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