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시 팔달구 인계파출소에서 A(64·여)씨가 28년 만에 아들 B(40)씨를 만나고 있다.   <수원남부경찰서 인계파출소 제공>
▲ 수원시 팔달구 인계파출소에서 A(64·여)씨가 28년 만에 아들 B(40)씨를 만나고 있다. <수원남부경찰서 인계파출소 제공>

"무단횡단 단속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수원에서 20여 년 전 실종신고된 여성이 우연히 경찰의 무단횡단 단속에 걸리면서 신원조회를 통해 28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수원남부경찰서 인계파출소 소속 이영일(33)·조은식(23)순경은 지난 24일 오후 3시 20분께 팔달구 인계동의 한 도로에서 순찰활동을 벌이다 무단횡단을 하던 A(64·여)씨를 적발했다. 몇 개 남지 않은 치아와 깡마른 체구의 A씨는 가사도우미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인력사무소를 찾아다니던 길이었다.

 경찰이 과태료 부과를 위해 A씨의 신원을 조회하던 중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기록을 발견했다. A씨가 1992년 2월 가족들에 의해 실종신고가 접수된 상태였던 것이다.

 경찰이 A씨에게 전해들은 설명은 이랬다. 남편의 사업 실패와 뒤이어 찾아온 남편의 죽음 등으로 경제적 위기를 겪으면서 조울증 증세를 보이던 A씨는 오산의 한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퇴원한 뒤 가족의 품을 떠났다. 가족들은 A씨의 행방을 찾기 위해 집 주변과 자주 찾던 곳, A씨의 옛 주소지까지 모두 뒤졌지만 끝내 실패했다.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A씨의 병원 기록이 하나도 조회되지 않자 가족들은 A씨가 숨진 것으로 추측하고 더 이상 찾지 않았다. 그런데 이날 자신의 무단횡단이 경찰 단속에 걸리면서 28년 전 헤어진 아들을 만나게 됐다.

 A씨는 경찰에 발견되기 전까지 입주 가사도우미 생활로 주소지를 옮겨 다니면서 생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못 했지만, 매일 밤 잠들기 전 자녀들의 안녕을 빌었을 정도로 가족들을 그리워했다.

 경찰관들은 A씨를 파출소로 데려온 뒤 인적사항을 파악, 아들(40)을 찾아내 곧바로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다행히 아들도 수원에 살고 있었다. 인계파출소 직원들도 이날 A씨와 아들의 만남이 담긴 사진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공유하면서 훈훈한 마음을 나눴다.

 정세운 인계파출소장은 "이번 일로 인해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 및 사기가 높아진 것 같다"며 "경찰 업무를 진행하며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해 애가 탔던 가족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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