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서 1승씩 챙긴 전주 KCC와 고양 오리온이 27일 고양체육관에서 3차전을 벌인다. ‘어느 팀이 반격에 나설까’만큼이나 주목되는 점은 KCC 이정현(32)과 오리온 최진수(30)의 매치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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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프로농구 KCC 이정현(왼쪽),오리온 최진수. /연합뉴스, KBL
이정현이 3점슛 3개를 포함해 26득점으로 맹활약한 1차전은 KCC의 승리(94-87)로 끝났다. 반면 그가 12득점만 올린 2차전은 오리온이 완승(97-86)했다. 1·2차전에서 이정현의 ‘전담 수비수’로 나선 이는 바로 최진수다.

이정현은 슈팅 가드, 최진수는 파워 포워드에서 스몰 포워드를 오가는 선수로 포지션은 다르지만 오리온 추일승 감독의 선택은 최진수였다. 키 203㎝로 이정현(191㎝)보다 12㎝ 큰 최진수가 장신에 스피드까지 갖췄기 때문에 이정현을 수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김강선(190㎝), 최승욱(193㎝) 등 수비 전문 선수들에게 주로 이정현을 맡기던 정규리그 때와는 달라진 선택이다. 추일승 감독의 ‘승부수’는 1차전 승부가 갈린 4쿼터에만 이정현에게 8득점을 내주며 실패했고, 25일 2차전에서는 잘 통했다.

최진수는 2015-2016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 울산 현대모비스의 포인트 가드 양동근(180㎝)의 전담 수비수로 나선 경력이 있다. 당시 최진수의 양동근 매치업 카드가 적중해 오리온이 3전 전승을 거두며 챔피언결정전에 나가는 원동력이 됐다. 그해 정규리그 13.6득점, 5.6어시스트, 3.3리바운드를 기록한 양동근은 플레이오프 세 경기에서 10.6득점, 4.3어시스트, 4리바운드로 전체적인 개인 기록이 떨어졌다. 공교롭게도 2015-2016시즌 정규리그 MVP가 양동근이었고, 올해 정규리그 MVP는 이정현이다. 최진수로서는 플레이오프라는 중요한 무대에서 자신보다 키가 작고 빠르면서 포지션도 다른 ‘MVP 선수’를 또 막게 된 셈이다.

2차전에서 이정현은 2점 야투 성공률 29%(2/7), 3점슛 성공률 22%(2/9)로 부진했다. 그러나 1차전 양상이 2차전에서 바뀐 것처럼 KCC가 3차전에 다른 변화를 준다면 시리즈의 흐름은 또 달라질 수 있다. 슛과 패스, 돌파 능력을 두루 갖춘 이정현이 ‘MVP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3차전을 벼를 가능성도 매우 크다.

양팀 감독은 두 선수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앞으로도 최진수로 계속 밀어붙일 것"이라고 예고했고, 스테이시 오그먼 KCC 감독은 "쉽지 않은 매치업이지만 이정현은 이겨낼 능력이 있는 선수"라고 자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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