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임시 법인 자회사에 입사한 A(34)씨는 최근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 협력업체 소속에서 자회사 소속으로 정규직 전환돼 번듯한 직장생활을 바랐지만 이전과 다를 것 없다는 이유에서다. 2년 전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발표에 품었던 기대감은 사라진 지 오래됐다.

A씨는 "받는 월급도 비슷하고 하는 업무량도 똑같다. 회사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나아진 건 없다. 동료들과 술자리를 갖다 보면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한다"며 "자회사 내에서도 민주노총이냐 한국노총이냐 갈라져 서로 눈치 보기 바쁘다"고 씁쓸해 했다.

# B(42)씨는 인천공항 협력업체 소속이다. B씨는 2020년 공사와 협력사 간 계약이 끝나면 경쟁채용을 통해 직접고용이 되거나 자회사 소속으로 일해야 한다. 하지만 경쟁채용 등 시험 등에 대한 부담감과 임금체계나 승급제도 등 세부적으로 정해진 방안이 없어 걱정이 앞선다.

그는 "경쟁채용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하다.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세부 방안이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며 "각 노조별로 하는 말도 다르고, 공사에서도 공식적인 발표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만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발표한 지 1년 10개월이 넘었다. 자회사가 2개나 설립됐고, 2천여 명이 자회사 소속으로 정규직 전환됐다. 이 과정에서 공사와 각 노조 간 큰 틀에서 합의문도 발표됐다. 노사전문가협의회도 구성돼 협의가 진행됐다. 임금체계와 승급제도 등 세부적인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도 마무리 단계다.

하지만 정규직에 대한 기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세부 방안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할 한국노총연합회(인천공항 정규직·비정규직노동조합 연합)와 민주노총 간 고발 등 법적 다툼이 진행되며 수개월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공사도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고용 안정을 우선시 하면서도 세부 방안에 대해선 노사전협의회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수의 공항 관계자들은 "정규직 전환을 발표한 정부가 직접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노노, 공사와 노조 갈등을 우선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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