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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은 뱃놀이나 하자는 게 아니다. 6·8공구 유수지 조성에 따른 홍수 조절이 주요 목적이다." 재난 방지보다 경제성을 위한 사업으로 변질하려는 징후에 개탄하는 목소리를 최근 한 언론이 전했다.

 송도신도시 외곽을 4각으로 연결한 수로에 바닷물이 순환하도록 조성하는 워터프런트 사업은 애초 집중호우 대비를 계획했지만 취지에서 벗어난 변경이 기도되는 모양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해안 매립지는 유수지를 필요로 한다. 남동산업단지 유수지도 같은 이유로 조성됐다. 저지대로 흐르는 빗물을 임시로 모았다 바다로 내보내는 유수지가 없다면 집중호우 때 지하 시설은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드넓은 갯벌을 매립한 송도신도시도 마찬가지다. 이미 유수지가 존재한다.

 평소 관광용 보트가 한가롭지만 큰비가 오면 재해를 완충할 텐데, 담수 용량이 충분한지 알지 못한다.

 매립 면적이 늘면 유수지는 비례해 담수 용량을 추가해야 한다. 조속한 워터프런트 조성을 촉구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청취할 기회가 없었는데, 재난 예방을 염두에 두었을까?

 2026년까지 6천215억 원을 투입할 워터프런트 사업의 경제성을 높이려고 6·8공구 내의 유수지(3만3천㎡)를 매립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모양인데, 만일 그리 매립한다면 재해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재난 이후 워터프런트는 어떤 흉물로 버림받겠는가?

 송도 워터프론트는 홍수만 대비하면 안 된다. 온난화와 기상이변이 거침없는 상황이 아닌가. 한반도 해역은 세계 평균 상승한 수온보다 섭씨 1도 이상 높다.

 태풍에 이은 해일과 같은 해난이 극심할 거라는 예고이므로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은 반드시 바다에서 닥칠 재난에 대비해야만 한다. 해난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던 갯벌을 매립한 자리에 초고층으로 휘황찬란하게 솟아오른 건물과 그 지하시설은 삽시간에 처참해질 수 있다.

 사업성을 위해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꾸민 상업시설과 해수욕장, 그 부대시설의 피해는 약과에 불과할 테지.

 크리스마스가 막 지난 2004년 남아시아를 휩쓴 쓰나미는 26만의 인명 피해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 예전처럼 상업시설을 갖췄지만 지구온난화가 진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요즘은 환태평양 지진대가 평온하지 못한 시절이 아닌가. 칠레까지 파고가 퍼진 2004년의 쓰나미는 예외적인 재난이 아니다. 비슷한 해난이 한반도 인근에서 발생한다면 송도신도시는 불안할 텐데, 사업성에 맞춰 워터프런트 내용의 수정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한가하다. 한탕을 노리려는 겐가?

 지난 24일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골프장과 워터파크, 그리고 특급호텔과 국제해양관광단지가 포함된 드림아일랜드사업을 예고했다. 여의도 1.1배 부지에 2조 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자해 영종도 갯벌을 매립하겠다는 건데, 오는 6월 공사를 시작해 2021년에 마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국내 굴지의 기업이 참여할 드림아일랜드에 상업시설뿐 아니라 환경교육과 자연생태 체험공간도 넣겠다고 생색을 냈지만, 수요를 사전에 세심하게 따졌는지 궁금한데, 사업 성공을 과시하는 청사진에서 재해를 대비하는 자세는 전혀 감지할 수 없었다.

 공항에서 서울로 향하는 해외의 방문자는 차창으로 보이는 자연의 장관에 넋을 잃는다.

 드넓게 펼쳐지는 갯벌이 펼쳐내는 생명의 향연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텐데, 그 자리에 상업시설이라니! 무모하기 이를 데 없다.

 알록달록하게 채운 놀이시설에 반할 방문자가 몇이나 될까? 더 멋진 시설이 생기면 외면당할 돈벌이를 위해 해난사고를 자초하려는가? 대형선박을 위해 항로를 준설하는 거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를 위해 천혜의 갯벌을 매립해야 옳은가? 그것도 천박한 돈벌이를 위해?

 준설토는 장차 다가올 쓰나미를 완충할 해안 인공섬의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갯벌을 잃은 송도신도시는 상업시설로 채우겠다는 워터프런트와 더불어 현재 불안하다. 그 앞 해안을 인공섬들이 다도해처럼 조성된다면? 쓰나미를 완충하는 만큼 워터프런트와 송도신도시는 불안을 덜어낼 수 있겠지.

 그렇게 활용할 준설토로 재난을 자초하겠다니, 제정신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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