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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익 태영 이엔씨 고문
내부 고발자를 다룬 영화 스노든(Snowden)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2016년 국내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현존 인물 스노든은 미국의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이 테러 방지라는 명분으로 국경과 신분을 가리지 않고 모든 개인 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하는 행위를 고발하고 있다. 또한 2018년 영화 휘슬블로어는 전직 미국 네브라스카 여자 경찰인 캐서린 볼코박이 전후 보스니아 평화유지군으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다. 그녀는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평화유지군 동료들과 상사들이 연루된 치명적인 국제 성매매 음모-고문, 매춘, 살인, 지하 네트워크를 파헤친다는 내용이다.

 작년 말 한국에서도 전직 청와대 수사관과 전직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내부 문건 폭로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내부 고발자에 대한 평가와 비판도 극명하게 나뉘어지고 있다. 정치적 색채가 가미돼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과연 그들은 공직 제보자인가 아니면 국가기밀 누설자인가?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한 의인인가 아니면 비정상적인 조직 부적응자인가?

 본래 내부 고발자라는 용어는 영어 휘슬블로어(whistleblower)의 한국어 번역이다. 그 시초는 19세기 운동 경기 중 범죄행위나 규칙 위반과 같은 상황을 대중 또는 관중에게 알리기 위해 호루라기를 부는 데서 기원하고 있다. 1970년대 초 미국 시민운동가 랠프 네이더(Ralph Nader)에 의해 종전의 ‘앞잡이’ 나 ‘밀고자’라는 부정적인 의미에서 ‘보안관’이라는 긍정적인 뜻으로 바뀌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공공부문이건 민간부문이건 조직이나 집단의 구성원이 내부에서 저질러지는 부정부패와 비리를 외부에 알림으로써 공공의 안전과 권익을 지키는 자를 지칭한다.

 내부 고발자의 역사는 177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영국, 스위스, 러시아, 이스라엘,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먼저 나타났다. 지금은 정치, 군사, 경제무역, 교육, 과학, 법조, 의료보건, 제약분야를 포함해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유형도 비리, 횡령, 사기, 회계부정, 선거부정, 첩보활동, 비용과다청구, 사실은폐 등 다종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역사는 짧지만 내부 고발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군 부재자 투표 부정(1992), 국가정보원 여론조작(2012), 김영수 해군 소령의 군납품비리 제보(2009), 하남시장 주민소환 시 선관위 대리서명 사건(2009), 황우석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2005), 이문옥 감사관의 재벌 소유 비업무용 토지 폭로(1990), 연예계 미투 운동(2018)과 심석희 선수의 성폭행 폭로(2019) 등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불행하게도 내부 고발자 상당수는 내부 고발 과정에서 파면 또는 기소 처분과 같은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 막강한 권력과 경제력을 휘두르는 거대 정부나 조직과의 싸움은 개인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리라. ‘고발은 짧지만 고통은 길다’라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이 집권세력의 예민한 정치적 현안과 맞물려져 있을 경우에는 공익신고자 자격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내부 고발자 보호를 위한 법적 보호 장치는 영미법계에서 도입됐다. 영국의 공익신고법(1998), 미국의 도드-프랭크법(2010), 일본의 공익제보자 보호법(2004), 유럽(EU)의 내부 고발자 보호법안(2018)이 제정됐다. 국가에 따라 내부고발자에 대한 소송 원천 차단, 범죄 경감, 고발에 대한 경제적 보상, 내부 고발에 대한 비난 금지 등을 명문화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부패방지권익위법상 부패방지 신고자 그리고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의거한 신고자는 공히 비밀보장, 신변 보호조치, 불이익 조치 제한, 인사조치 우선권 고려, 책임 감면, 경제적 보상 등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법과 제도적 장치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내부 고발제도에 대한 올바른 사회적 인식과 공정한 운용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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