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차량기지를 광명으로 이전하려는 국토교통부의 주민설명회가 무산됐다고 한다. 국토부의 일방적인 혐오시설 이전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설명회장을 점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달 25일 오전 10시 광명시 일직동 LH 광명시흥사업본부에서 차량기지 이전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 공람과 주민설명회를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설명회 2시간 전부터 이곳에 몰려든 ‘차량기지 밤일마을 대책위원회’ 등 이전 반대 주민 150여 명이 설명회장인 사업본부 2층 진입 복도를 가로막고 농성하면서 설명회는 결국 무산됐다. 반대 측은 "국토부가 광명시와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서울의 혐오 시설을 옮기려 한다. 도덕산 등 환경을 파괴하는 이전은 안 된다"면서도 "다만 구로 피해가 광명에서 재발하지 않게 기지를 지하화하고, 역사도 셔틀이 아닌 일반 전철로 3곳에서 5곳으로 늘리면 고려하겠다"고 했다.

 찬성 측은 "의견 수렴 기간인 만큼 찬성이든, 반대든 국토부의 설명을 듣고 정확히 의사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일부 주민 반대로 재산권을 침해받을 수는 없다"고 맞섰다. 국토부는 전체 사업비가 정해져 있어 5천억 원이 넘는 예산이 더 추가되는 차량기지 지하화, 추가역 신설 등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광명시가 지난달 22일 입장 발표를 통해 국토부가 광명시와 사전 협의 없이 광명시민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주민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차량기지 지하화, 5개 역 신설, 셔틀 전철이 아닌 일반전철 신설 및 운행간격 5분, 사업 추진 과정에서 광명시민 참여 보장 등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지 미지수다.

 국토부는 앞서 지난달 11일 구로 차량기지를 광명 노온사동으로 옮기고, 정거장 3개 역사를 설치하겠다는 내용의 타당성조사 결과와 기본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공고했으며 오는 19일까지 공람 절차를 마무리하고 관계 기관 협의를 거쳐 올해 상반기 안에 기본계획을 수립해 2026년까지 사업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미 광명시와 충분한 협의 없이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은 지역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는 일로 예견돼 왔다. 국토부가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이 문제의 해법을 숙의해 주길 바라며 더 이상 지역 간, 주민 간 찬반 갈등으로 몰아가지 않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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