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체장애 3급인 김경원(34)씨가 1일 수원시 영통구 하동 광교호수공원 프라이부르크 전망대에서 리프트를 작동하기 위해 인터폰을 눌렀으나 작동이 되지 않고 있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 지체장애 3급인 김경원(34)씨가 1일 수원시 영통구 하동 광교호수공원 프라이부르크 전망대에서 리프트를 작동하기 위해 인터폰을 눌렀으나 작동이 되지 않고 있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장애인에게 휠체어 리프트는 살인 기계나 다름없다."

1일 오후 2시께 수원시 광교호수공원 프라이부르크 전망대와 광교생태환경체험교육관 앞에서 만난 김경원(지체장애 3급·34)씨는 이곳에 설치돼 있는 휠체어 리프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저런 시설을 타고 사망한 장애인이 100명이 넘는다"고 주장하며 이같이 울분을 토했다.

이날 프라이부르크 전망대를 이용하려던 김 씨는 비장애인과 달리 공공시설물 이용에 차별을 받아야 하는 현실 앞에서 마음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전망대는 수원시가 시비 44억 원을 들여 1년여간 동안 야심차게 설치한 광교신도시 랜드마크다. 세계적인 생태도시인 독일 프라이부르크시가 1986년 시내 제파크공원에 건립한 18m 높이의 나무로 만든 전망대와 같은 나선형 모형으로 만들었다. 높이 33m, 지상 3층 규모로 전망층·전시실·카페 등을 갖췄으며, 전망대 맨 윗부분 전망층에서 원천호수와 신대호수의 아름다운 경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에게 전망대는 그저 허물만 좋은 관광시설일 뿐이다. 설계 당시부터 장애인 배려가 부족한 상태로 건립되면서 이용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김 씨가 휠체어 리프트를 작동시키기 위해 관리실로 연결되는 인터폰을 눌렀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지난달 21일 개관한 지 열흘이 넘었지만 인터폰 운영을 위한 통신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이용이 불가능한 상태다. 그나마 전동스쿠터는 탑승조차 안 됐다. 이로 인해 그가 전망대 옆 생태체험관으로 가려면 전동 휠체어를 타고 30m 이상 거리의 언덕길을 이용해야 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외출 시 보호자 및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화장실 공간이 제공되지 않아 비장애인 화장실을 써야 하는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전동 휠체어가 들어가기에는 화장실 출입구 통로가 비좁았지만 길목 모퉁이에 부딪혔을 경우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고무가 설치되지 않은 것은 물론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장실 방향을 안내하는 점자블록도 전무했다.

가장 꼭대기층 전망대에는 투명 유리난간에 비장애인이 볼 수 있도록 큼지막한 글씨로 ‘기대지 마세요’라는 경고문구가 적혀 있었지만 시각장애인 안전을 위한 점자블록은 없었다.

시 관계자는 "당초 독일 프라이부르크시 전망대와 동일하게 계단만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를 변경했는데 일부 미흡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보완할 수 있는 사항은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장민경 인턴기자 jm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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