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진.jpg
▲ 한영진 백산손해사정사무소 대표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3대 사망 원인은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으로 전체 사망자의 46.8%를 차지한다. 그 중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전체 사망자의 27.6%를 차지해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다른 질환에 비해서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 진단 시에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은 치료비일 것이다. 따라서 이로 인한 부담을 덜고 암 진단 시 경제력 상실을 우려해 암 보험 가입을 선택한 보험 가입자가 상당히 많지만, 암으로 진단을 받고도 암 보험에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50대 주부 신모 씨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후 의사로부터 직장의 악성신생물이라는 병명과 질병코드 C20이라는 진단서를 발급 받은 후 가입해 놓은 보험회사에 암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계약 당시 설명 들은 암 진단비 2천만 원이 아닌 400만 원만 지급이 된다는 보험회사의 통보를 받게 됐다. 어찌된 영문인지 물어보니 보험회사 측에서 보낸 손해사정인을 통해 위임장에 서명을 해준 후 그 손해사정인이 현장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제3의료기관에서 의료 자문을 받아본 결과, 최종 진단 가능한 병명은 직장의 행동양식불명 또는 미상의 신생물(D37.5)에 적정하다는 이유였다.

최근 들어 보험회사에 암 보험금 청구했다가 이와 같은 암 보험금 분쟁으로 골치를 썩는 보험 가입자가 상당히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암 보험금은 세부적으로 암 진단비, 암 수술비, 암 입원일당, 암 사망보험금 등이 있는데 보험약관에서는 암의 조직학적 특성에 따라 구분해 ‘악성신생물, 경계성종양, 상피내암, 갑상선암, 피부암’ 등으로 구분해 악성암에 대해서만 가입 금액의 100% 전액을 지급하고 그 외에는 소액암 또는 유사암이라 지칭해 가입 금액의 약20% 전후의 일부 암 보험금만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암 보험금 분쟁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먼저 의학적인 분쟁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유암종 및 신경내분비종양(Nuroendocrine tumor)이라는 종양은 현재 의학계에서 악성암으로 보는 견해와 악성암이 아닌 경계성종양으로 보는 견해가 양분돼 공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나의 종양을 두고 A의사는 악성암으로 진단을 내리고 B의사는 경계성종양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질환들은 실제 보험업계에서 지속되는 암 보험 분쟁 질환 중 하나인데, 보험회사는 악성암이라는 주치의사의 진단을 배제한 채, 보험계약자 간 형평성을 고려해 객관적으로 암진단이 맞는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의료자문을 시행하게 되는데 보험회사는 막대한 자금력과 의료기관의 정보를 앞세워 경계성종양이라는 견해를 가진 의사에게 자문을 맡긴다는 것이다. 그 자문 결과는 불 보듯 뻔한 결과만이 도출될 뿐이다. 의료자문 결과에 따라서 보험금의 일부 지급 통보를 받은 보험 가입자들은 보통 주치의사를 찾아가 보험회사가 악성암이 아니라고 하는데 맞는 것이냐 질문을 하기 마련인데 이는 큰 도움이 될 수 없다. 이유는 의사는 환자의 치료에만 매진할 뿐 보험금 지급을 위해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의학적 암 기준과 보험의 암 기준이 다른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분쟁을 예방하고 불합리한 처리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는 보험약관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다. 약관은 보험계약의 주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험보상은 약관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작고 깨알 같은 글씨로 쓰여진 보험약관을 찾아보자. 두 번째, 암에 대한 의학 정보를 찾아보자. 신문이나 뉴스 등을 검색하다 보면 암 보험금 분쟁 사례들을 쉽게 접할 수 있고 그 세부 내용들을 살피다 보면 무엇이 분쟁이 되는 요인인지 파악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문성이 없는 일반소비자가 약관과 인터넷 정보만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도 존재할 것인데, 그럴 때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보험금 보상에 전문가인 손해사정사의 조언을 구하는 것인데 보험금 청구자는 보험업법에 의해 보험사고에 따른 손해액 및 보험금의 사정(손해사정)을 담당할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다. 보험회사가 보험사 측 손해사정인을 고용하듯이 보험소비자 또한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내가 진단 받은 질병이 악성암에 해당함을 의학논문, 질병분류체계, 유사 판결례 등을 토대로 논리적으로 접근해 주장한다면, 보험금 지급 분쟁은 한결 쉽게 해결될 수 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