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저녁자리 이야기다. 얼마 전 한 모임이 끝나고 조촐하게 마련된 뒤풀이 자리에서 ‘어른처럼’ 행동하지 말고 ‘어른답게’ 다른 이들을 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얼핏 보면 무엇이 다른지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처럼’은 모양이 서로 비슷하거나 같음을 나타내고, ‘~답다’는 단어 뒤에 붙어 그것이 지니는 성질이나 특성이 있다는 뜻을 지닌다.

 화두를 꺼낸 한 선배는 ‘어른’으로서 후배나 아랫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처럼’과 ‘답게’를 사용해 구분했다. 여기서 ‘어른’이란 나이나 지위, 항렬이 높은 윗사람, 혹은 집단에서 나이가 많고 경륜이 많아 존경을 받는 사람 등을 뜻하는 의미일 테다.

 그 선배는 한 집단의 ‘어른’이라면 잘못된 작은 일 하나하나까지 아랫사람을 지적하면서 면박을 주기보다는 큰 틀에서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부분은 다소 의견이 나뉠 수도 있겠지만, 그 뒤에 이어진 말에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른’이라면 권위를 내세우며 자신이 존경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후배나 아랫사람이 스스로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이겠지만 과연 나 스스로가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돌아본다면 찔리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마침 뒤풀이의 내 자리 옆에는 선생님 한 분이 앉아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됐다. 내가 그를 알게 된 지는 10년이 채 되지 않았고, 또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만한 대단한 친분이 있는 사이도 아니었다. 하지만 가끔 접하는 그의 말투와 행동, 주변의 평판을 종합해보면 그는 후배들이 자발적으로 존경심을 가질 만한 사람이었다. 남을 가르치려거나 권위를 내세우지도 않고 항상 겸손했다. 또 입보다는 귀를 주로 사용했다. 사전적인 의미로 자세하게 구분하다 보면 ‘처럼’과 ‘답게’는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화두를 꺼낸 선배의 어감에 비춰 볼 때 ‘어른답게’ 살아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른의 역할을 맡기도 하고, 어떤 순간에는 아랫사람이 되기도 한다. 아랫사람의 입장에서, 존경을 강요하는 어른이 아닌 존경 받을 만한 사람답게 행동하는 것, 그것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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